"순례의 여정에서 만난 하나님"

[ 교계 ] 구로동교회, 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 순례 프로그램 참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4월 29일(수) 08:59

"이분들의 피값으로 우리가 있는데 조금 힘들다고 불평만 했습니다. 너무 죄스럽고 미안합니다."

   
▲ 토마스선교사의 순교이야기가 담긴 그림앞에서(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지난 4월 23일 오전 7시반 구로동교회(노용한목사 시무) 47인의 성도들이 교회 앞으로 집결했다. 2박3일간 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회장:박위근)의 순교유적지 순례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떠나는 구역장 권찰 수련회를 올해는 특별히 순교유적지 순례로 대신하기로 한 것. 출발기도와 함께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을 지나 유관순생가가 있는 병천 매봉교회, ㄱ자예배당 김제 금산교회, 손양원목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여수 애양원, 공산당에 의해 다수의 성도들이 순교한 영광 야월교회와 염산교회, 해미 생매장 순교성지, 발안 제암리교회를 순례하는 긴 여정이 시작됐다.

   
▲ 유관순열사.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터툴리안의 고백을 새긴 비석이 가장 먼저 용인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순교자기념관에 오르는 길, 좌우로 80여 명의 기념돌비가 인사를 건넨다. 토마스선교사의 순교 이야기부터 1984년 한국기독교100주년선교대회까지 구로동교회 성도들은 순교자기념선교회 안병철목사가 들려주는 한국교회사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기록된 순교자만 8백50여 명, 알려지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한국교회에 뿌려진 씨앗은 무수히 많을 것이라는 설명에 한 성도는 "그동안 잘 알려진 사람만 알고 있었는데 순교자의 존영을 보니까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감회를 전했다. 주기철목사의 아들 주영진전도사가 아버지를 따라 순교한 사실 앞에서 성도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신앙의 모델을 물려줄 것을 재다짐했다.

<순례후기> 구로동교회 백옥심집사
 지난 4월 24∼25일 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의 한국교회 순교유적지 순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박 3일간의 순례여정 동안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생각했다. 단풍은 밤새 자기몸을 조금씩 조금씩 태우는 고통과 아픔을 참아내고 참아내고 해서 아름다움과 기쁨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떤 과정으로 왔는지와 소래교회가 세워지기까지의 과정들 또한 그러한 것 같았다.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은 생명앞에서도 타협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 이러한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 나도 순교할수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순교는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순교자들의 모습은 마치 손등과 손바닥과 같은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였던 것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기에 이들의 순교는 아름다웠다.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와 있지 말아야 할 자리를 구분하지 못한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생명의 씨앗이며 그로 인해 사랑, 희생, 기쁨이 심어졌다. 내 안에도 이러한 순들이 자라기를 소망한다. "주여 당신 오실때까지 거룩케 하옵소서(아멘)."

다음세대를 위한 기도는 하나님을 사랑했던만큼 나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용감하게 실천했던 유관순열사의 이야기를 접한 매봉교회에서도 이어졌다. "하나님의 진리등대 길이 길이 빛나니∼"를 함께 제창하며 자녀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합심으로 기도했다. 매봉교회는 유관순은 물론 임시정부에 공헌을 세운 조병옥박사 등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역사적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교회. 조병옥박사의 형을 외조부로 둔 최청자권사는 "조병옥박사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와서 알게 됐다"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유관순생가를 떠나 김제로 이동하는 길에서 노광숙권사는 "손톱을 빼고 뜨거운 물에 거꾸로 넣는 등 어렸을때 유관순 영화를 봤던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오래전 기억을 꺼내들었다. "어머니께서 영화라 그렇지 실제로는 더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노 권사는 나라를 위한 기도가 부족했다며 "하나님을 가까이 하지 못한 것 같아 회개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마부를 총회장으로 만든 아름다운 신앙의 섬김이 있는 교회. 일행은 한국교회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금산교회로 이동했다. 남녀석에 나눠앉은 성도들은 학창시절로 돌아간듯 실무자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회개할동안 성찬에 불참케하라는 당회의 기록에는 감탄과 탄식의 소리가 함께 쏟아져나왔다. "당회록을 보세요. 얼마나 철저하게 치리했던지…. 그동안 얼마나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해왔는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 '순교자 손양원목사의 삶을 기리며..'
애양원의 삼부자묘에 이르렀을때는 강한 바닷가 바람이 일행을 맞이했다. 애양원은 손양원목사의 순교장소를 지나서 한참을 더 달린후에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이 부상을 입고도 손양원목사의 죽음을 알리고자 먼 길을 헤쳐온 성도의 이야기를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성도들은 매번 순례지를 떠날때마다 합심으로 기도하며 순교신앙의 길을 따를 것을 다짐했다.

한편 '한국교회 순교유적지 순례'는 지난 1997년 시작됐다. 이를 모방한 순례프로그램들이 나왔지만 순교자기념선교회가 분명한 목적과 명분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단순한 수익사업이 될 경우 순례가 아닌 점을 찍는 여행으로 전락해버리기가 쉽상이다. 2006년부터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병철목사는 "순례의 여정가운데 하나님과의 계속적인 만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소마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도로 마무리하며 순례의 진정한 의미를 더하기 때문에 사전에 방문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겉만 보고 갔지 이런 내용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오는 6월 14일이 순교자기념주일이다. 내가 속한 일상을 떠나 순례의 여정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순례를 통해 배운 순교신앙 3백만 성도운동으로 이어지길"
   
▲ 담임 노용한목사(左)와 부인 신상옥씨(右).
 3백만 성도운동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실시된 이번 구로동교회 순례여정에는 담임 노용한목사 내외가 동행했다. 구로동교회는 현재 2백61명의 전도목표를 세우고 영혼살리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특징상 관계전도를 중심으로 하며 오는 6월과 가을에 연이어 부흥회가 열릴 예정이다.
 노용한목사는 "순례를 통해 순교신앙을 배우고 성도의 본분인 전도의 열매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구령의 열정' 회복을 위해 교회에서 이번 순례비용의 절반을 부담했다.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원하는지 의아해하는 이들에게 노 목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설명이 너무 좋아서 안들으면 소용이 없을 것 같다"며 노용한목사는 "학생들이 와서 봐도 교육적 효과가 높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인 신상옥씨도 "그냥 따로 왔을 때보다 열심으로 헌신하고 있는 소중한 성도들과 함께 오니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노 목사는 용인 순교자기념관에서 헌금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일체의 기부금이나 헌금을 사양한다는 문구가 100주년기념교회의 이름으로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총회 순교자기념선교회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따르자고 제안하며 앞으로도 이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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