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웃 '러시아'

[ 땅끝에서온편지 ] < 8 > 복음의 열매를 거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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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23일(목) 09:33

   
▲ 사진은 지난 2004년에 열린 미르 한인교회 수련회 모습.

러시아인들을 알려면 그들이 살고 있는 집과 자동차 공장, 재래시장을 가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인들도 대부분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기에 주님의 종들간에도 차분히 삶을 나눌 기회를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만나는 한인 선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러시아 목회자와 현지 지도자들간의 바람직한 파트너 십을 형성하고 사역할까'를 고민하며 다양한 만남들을 시도한다. 이에 대해 게오르기 목사(미르신학교 교무처장)는 선교사들이 스스로의 삶을 투명하게 내놓고 살아야 다른 이들도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고 조언한다.

17년간 러시아 교역자협의회인 '사투르니체스트보'를 이끌고 있는 빨랴콥 드미트리 목사는  "러시아 정교회는 우리 한인 선교사들처럼 전도에 전념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개신교회 전도 사역이 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없고 이는 러시아인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러시아인들과 이웃이 됨으로써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을 들으니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무관심하다는 러시아인들의 특성과 이들을 전도하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겪었을 드미트리 목사의 경험이 느껴진다.

여느 시작이 그러하듯이 미르한인교회 또한 주님의 오묘하신 섭리안에서 공동체가 시작되고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2000년경으로 기억되는데, 갑작스레 사역을 철수하게 된 어느 선교사가 함께 예배드리던 교인들이 필자가 시무하는 디베랴교회를 섬기도록 했으면 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그 교회와 디베랴교회의 한인 교인들이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두달 후 또 다른 선교사도 부득이하게 한국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러한 일들로 인해 더많은 숫자의 한인 교인들이 모이게 되면서 예배당이 비좁게되자 예배 처소를 물색하던 중 적합한 장소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러시아인 예배를 담당하는 외국 선교사 존과 사라가 많이 불편해했다. 우리는 오후 2시에 2층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들은 다른 시간에 3층에서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서로 간에 부딪힐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되자 다시 다른 곳으로 예배 처소를 옮기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존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예배시간을 오전으로 옮긴다면 음향시설 등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미르한인교회가 시작되었고 이는 미르선교회 선교사들이 더욱 친밀한 협력관계를 세우고, 훗날 미르 고려교회의 창립 비전도 나눌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2001년, 미르선교회는 로렌 커닝햄(YWAM 설립자)을 초청해 세계선교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가
졌다. 이를 통해 미르한인교회는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한인선교사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이 곳 현실에 수없이 직면한다. 물론 선교사들 내부의 관계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알렌, 언더우드, 헤론 등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도 선교에 대한 관점과 개인적인 성격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던 것처럼 현지인 사역자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미르선교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은 전적으로 주님의 은총이며, 여기에 더해 많은 동역자와 후원자들의 기도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시 42:5,11)
지난 2002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에서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한 에이비슨 선교사의 손녀딸이 전했던 짧은 메시지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아버지는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나의 할아버지는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했습니다. 만 여 명의 한인 선교사 여러분은 우리 할아버지가 심은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세우신 주님의 뜻을 되새기며, 죄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모든 족속에게 전파되는 그 날을 꿈꾸며 이 곳에서의 사역들이 주님 앞에 영광된 모습으로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이희재
러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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