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없이 살다 갈래요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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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17일(금) 14:39

고영환/목사 ㆍ금성교회

중국의 고대 문헌 중의 하나인 효경(孝經)에 보면, 공자가 효(孝)에 대하여 그의 제자 증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신체와 머리털과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고, 자신의 인격을 올바르게 세우고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孝)의 끝이니라." 이런 유교 사상의 영향을 오랜 세월 받음으로써, 사회에서 지위를 얻거나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극히 당연한 미덕이 되어버렸다. 나 역시 이런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유명한 목사가 되고픈 마음이 자리하고 있음에 씁쓸함이 앞선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주님은 이 세상에서 이름을 날리고자 오신 분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자 오신 분이 아니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오신 분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섬기는 종이 되어 살다가 끝내는 자신의 목숨까지 십자가에 희생시키고 사라지는 그런 분이셨다. 우리는 이런 분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종들이요, 스승으로 모시는 제자들이다. 종은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여야 한다.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에 충실하여야 한다. 그래야 참 종이고, 참 제자라 할 수 있다.

데이비드 히넌, 워렌 베니스가 공저한 '위대한 이인자들(co-leaders)'이란 책에 보면, 역사의 일인자를 만든 위대한 이인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위대한 역사를 이루는 데 있어 1인자도 중요하지만, 2인자도 동일하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1인자는 모택동이나 그런 모택동이 있게 해준 사람은 2인자인 주은래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의 꿈을 실현시킨 사람은 그를 충실히 보좌했던 스티브 발머라고 한다.

성경에도 보면 사울 왕의 아들로서 왕위 계승권자였던 요나단은 다윗을 이스라엘의 일인자로 세우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을 알았기에 다윗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였다.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승리의 주역은 모세와 여호수아였지만, 아론과 훌이라는 조연들의 도움이 없이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초대교회 성도들을 박해하던 사울을, 가장 위대한 선교사 바울로 만든 사람은 바나바였다. 그들은 1인자를 위해 미련없이 주연의 자리를 내준 사람들이었다. 그리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1인자들 곁을 꿋꿋이 지킨 2인자들의 협력정신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주님을 영원한 일인자로 모시는 그림자이고 싶다. 자신의 몸을 태워서 어두움을 밝히다가 마지막 연기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주님의 촛불이고 싶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바람처럼 물처럼 그렇게 살다 가고 싶다. 사도 바울처럼 오직 예수의 흔적만을 지닌 채로 살고 싶다. 일인자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세상에서 주님을 위한 일이라면, 그리고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이라면 이인자인들 어떠하고 끝자리인들 어떠하랴! 샬롬!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 2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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