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창조자의 아름다운 땅에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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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16일(목) 09:42

창조자의 아름다운 땅은
아벨의 피에 젖고
그 땅에 온갖 허물로 얼룩진
사람들이 산다
악한 자들의 피 묻은 번제단엔
오늘도 눈멀고 어눌한 제물이 바쳐진다
가죽을 벗기고 각을 떠서
일곱 가닥 제단 뿔에 피를 바르고
잔에 넘치도록 관유를 부어도
열납되지 못한다.

의인 한 명을 기다리던
야훼 홀로 영원한 언약의
횃불을 가르고 하나뿐인
어린양을 떠나 보낸다

원수의 차디찬 입맞춤에
가인의 맹렬한 분노가 일고
곱디고운 세마로 위로
더러운 피로 얼룩진
에봇이 입혀진다
 
로마 병정들은 홍포에 취하고
이 땅 사람들은
들끓는 저주에 취하고
하늘의 아들은 세상을
품에 안는다
 
요란하던 세상은 침묵하고
골고다 언덕위로 십자가가
높이 세워진다
못박힌 두 손아래 파리한
발등 위로 눈물로
얼룩진 향유가 흐른다
깊이 찌른 창 자락에 해가 숨을 멈추고
지평선에 붉디붉은 노을이 진다
연약한 육신의 물과 피가 쏟아지고
그 피는 속죄의 강물이 되어
온 세상을 덮었다
하늘도 땅도 깊은 어둠속에 묻힌다
 
사흘 후 부활의 아침
새 생명의 찬란한 빛을 드러내고
갈라진 휘장 사이로 온 세상이
흰 눈처럼 양털처럼 눈부시다
이제 가인의 제단은 무너지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빛의 후손들이
십자가 부활의 증인이 되어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기다린다
창조자의 아름다운 땅에서…….  

조순옥
호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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