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龍' 다시 나게 하려면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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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19일(목) 11:53

정병오 / 좋은교사운동 대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동안 한국 사회 가운데서 교육이 차지하는 역할과 국민들이 교육에 대해서 가지는 기대, 그리고 사회의 역동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이 말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교육을 통해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것이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혼란기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어둡고 힘든 시기였지만 동시에 이 시기는 그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신분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이전의 모든 신분 질서가 무너진 가운데 맞이한 1950년대 이후 현대사는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 시기였다. 이 시기의 학교 교육은 계층 이동과 신분 상승의 거의 유일한 통로였고, 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그래서 뜻있는 부모들은 자신들이 굶주리더라도 아이들을 어찌하든지 상급 학교에 진학시켰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197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개천에서 용이 난 신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두텁게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자녀들에게 중산층적인 안정된 삶을 물려주기 위해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개천에서 노는 아이들이 도무지 따라올 수 없고 한강이라는 큰 물에서 놀아야 용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천은 물이 마르게 되었고, 심지어 용이 되기 위해 한강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쉽게 한강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강의 둑을 쌓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각종 사교육을 만들어내고 조기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특목고에 심지어 국제중까지 만들어낸 것들이 이런 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형식적인 기회의 균등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오게 할 수가 없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지역과 계층, 인종에 따른 할당제(Affirmative Action)를 통해 정상적인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도무지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잠재력을 평가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단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보정'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교육을 통한 역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대가 시행하고 있는 지역할당제 같은 제도를 보다 많은 대학에 확산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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