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시대를 경영한다"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⑨'경영혁신가로서의 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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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12일(목) 10:00

   
▲ 칼빈의 자기부정과 기도, 그리고 말씀에 근거한 실천적인 경영은 제네바라는 도시 국가에서 교회의 정치화와 정치의 교회화를 실현시킨 최고경영자 라는 칭호를 갖게 했다. 삽화는 제네바 교회개혁의 동지였던 파렐, 베자, 비레와 동석한 칼빈.

칼빈은 16세기 말 신흥 국제 상업도시로 부상하던 제네바에서 활동했던 종교개혁자이다. 그의 개혁은 단지 교회의 개혁만이 아니라 교육과 행정, 경제 나아가서는 가톨릭교회라는 교황 중심적이며 제도적인 굴레 하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신앙과 삶의 개혁을 한 사람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 일을 효율적으로 이루어 내기 위해 칼빈은 하나님 주권사상에 근거를 둔 윤리경영이라는 측면에서 '교회의 정치화'를 시작으로 '정치의 교회화'를 실현시켰다. 그는 개혁을 시도할 때 성경적 교회를 생각하면서 교회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다.

칼빈은 당시 제네바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교육과 행정, 경제 그리고 개인의 경제와 신앙생활까지를 규정하는 법규를 만들어 개혁을 단행했다. 그의 제네바 종교개혁은 16세기에 제네바를 중심으로 그곳에 살던 사람들에게 적용되던 신앙적 삶의 지침으로서 성공적인 개혁을 이루어 냈다는 판단과 함께 오늘의 경영윤리에 실천적으로 적용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맞은 21세기를 불안한 세기라고 규정할 때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경영(management)은 일반적으로 지배(govern)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어원적으로 볼 때 봉사(ministare)라는 의미를 갖는 혁신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참된 경영은 고객과 지역사회에 유익을 가져다주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봉사 정신과 혁신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20세기 초에 도입된 기업 경영 가운데 테일러(F. Taylor)의 과학적 관리 기법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작업의 과학적 분석과 관리 체계의 확립을 중점으로 다루었는데 포드(H. Ford)의 대량생산 체계에 적용되었다. 과학적 관리기법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책임 의식에 중점을 두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갖는 심리적 사회적 측면을 경시한 기법이었기 때문에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강력한 노동조합의 출현과 기업의 민주화에 의해 도전을 받게 되었다.

과학적 관리 기법은 오늘의 미국을 건설한 청교도 정신에 그 뿌리를 둔다. 노동에 관한 청교도 정신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살후 3:10)는 성경구절에 근거하는 데 이는 칼빈의 '말씀 중심의 경영'의 하나이다. 말씀 중심의 경영에서 기도와 찬양과 헌신과 감사가 더해진다.

경영학은 인문, 사회, 역사 그리고 심리, 환경 등 주변의 모든 학문을 필요로 하는 종합학문이다. 경영이라는 정원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품종의 나무들을 경영의 정원에 맞도록 개량하여 심어야 하며 한그루의 나무까지 건실히 자라도록 가꾸는 것이 윤리 경영이라는 판단이 든다. 인간의 삶에 경영이 없다면 그 삶을 풍요하게 하고 규정하는 긍정적인 문화행위가 가능하겠는가?

문예부흥 이후 세계를 지배하는 경영은 독일이나 미국 등 서양의 발전된 학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다른 부류의 학자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전후로 하는 중국 일변도의 동양 지혜에서 경영기법을 찾으려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왠지 그러한 동양의 것이 낯설고 거리감이 있도록 느끼는 것은 아직 친숙치 못한 연유일 것이다.

서구 경영의 기초는 기독교문화의 가치를 이루는 윤리의식이며 칼빈에 의해 제기되었고 특히 그의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한 선택과 예정에 바탕을 둔다. 칼빈을 경영혁신가로 전제하면서 예정에 근거를 두는 그의 경영은 세부적으로는 '자기 부정'과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의한 윤리경영을 시도 했다.

칼빈의 윤리에서 그 배경은 회심인데 회심은 모든 이기적인 욕구에서의 자유함과 나, 나 자신이 나의 것이라는 자아의 틀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칼빈의 개인적인 회심이후 "내가 그렇게도 완강하게 교황주의라는 미신에 빠져있을 때 하나님은 나를 갑작스러운 회심으로 끌어 내셨다"는 신앙고백은 자아의 틀을 깨어버린 것을 고백하는 그의 유명한 말이다. 칼빈의 회심을 다른 신학자들과 비교해 보면 어거스틴의 회심은 점진적이었으며 바울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는데 전자에 가깝다. 칼빈의 회심 이전에 그가 받은 가정환경과 인문교육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을 두어 재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칼빈을 그를 둘러싼 이 모든 주변 환경을 통해 개혁자로 사용하셨다는 말이다.

칼빈의 교회경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자기부정과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의 경영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부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신앙적인 결단과 고백을 하게 하며 기도의 경영에서는 "신앙이 기도의 기본이며 하나님은 모든 사물의 주관자이시며  그것들을 제공하시는 분"으로 믿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 경영에 의해 하나님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며, 하늘의 아버지이시며 교사 그리고 심판자가 되신다는 것이다.

칼빈의 이러한 자기부정과 기도, 그리고 말씀에 근거를 둔 실천적인 경영은 제네바라는 도시 국가에서 교회의 정치화와 정치의 교회화를 실현시킨 최고경영자 라는 칭호를 갖게 하였다. 칼빈의 경영기법을 에드가 샤인의 의사결정의 여섯 단계 과정에 비추어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칼빈이 처음에 개혁을 하던 1536년에는 권위주의적인 법규를 적용하여 그 도시로 부터 추방을 당함으로 실패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네바 도시국가의 정치적인 안정과 함께 1539년 다시 부름을 받았을 때는 동의적인 법규를 적용하여 성공적인 개혁을 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칼빈이 살던 16세기에도 법의 적용을 권위주의적으로 할 때는 실패하지만 동의적인 법집행이 성공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준다. 칼빈의 리더십은 그의 인간관이 전적인 타락이기 때문에 인간보다는 과업에 역점을 두려는 X 이론에 치중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격자의 틀에 맞추어 과업의 시행에서는 8점을 그리고 인간관계의 유지에서는 6점을 주어 봄으로써 이상적인 7.7의 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음을 보게 된다.

칼빈의 예정과 경영혁신을 요약해 보면 1. 개신교의 윤리는 하나님에의 부름과 예정에서 왔으며 2. 자본주의는 칼빈의 예정론에서 영향을 받았고 3. 칼빈주의는 장로교를 중심으로 하는 모든 개신교도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4. 칼빈이 말하는 예정은 하나님의 주권이 강조되며 5. 칼빈의 윤리의 기본은 개인적인 회심으로 시작되었다. 6. 칼빈의 윤리경영은 결국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었으며 7. 칼빈은 이러한 윤리 경영을 제네바 도시국가에서 동의적인 법규 안에서 법과 제도로 적용했을 때 성공적인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


배 경 식 교수
▲ 현 한일장신대 조직신학 교수
▲ 독일 튀빙겐 대학교 박사(Dr. T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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