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오늘은 하키나 봅시다

[ 디아스포라리포트 ]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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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25일(수) 16:47

   
▲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조감도. 큰빛교회는 지난 20년간 교인 3천 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캐나다에 도착한 것은 1985년 여름이었다. 그러니 벌써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한국 CCC에서 훈련 간사로 일하면서 군대식으로 학생들을 훈련 시키다가 1986년 1월 캐나다 이민교회에서 전도사로 임명받고 처음으로 성경 공부 모임을 인도했다. 다섯가정이 모이던 첫날, 아마 겨울이 끝나기 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성도의 집에 모여(지금은 시무장로) 인사를 나누고 앉았더니 집 주인과 함께 어느 분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전도사님! 오늘은 캐나다 하키 시합이 있는 날인데 다음 주부터 성경공부하고 오늘은 하키나 봅시다…." 물론 무슨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그 분들은 지금 성경공부할 준비가 된 분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성경공부하고 싶은 의욕 보다는 하키경기를 보고 싶은 의욕이 더 강렬한 분들임을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갑자기 바뀌어진 이민교회라는 현실이 생소했지만 주님은 그들과 사귀는 것이 우선임을 깨닫게 해 주셨고, 그래서 그날 이후 부터는 성경공부보다 그 분들과 일대일로 사귀는 일을 먼저 하게 되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지금의 낙스신학교) 그분들이 운영하는 커피숍이나 편의점에 가서 함께 도우면서 대화를 시도했고, 그 분들이 이사할 때는 이삿짐도 함께 날라다 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 찾아갈 때는 외로우신 어르신들의 말씀을 여러 시간 앉아서 들어 주고….
 
그러는 동안 자연스레 관계가 수립되면서 그 분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성경공부 시작한지 두번째 날은 좀 미안했든지 주문 내용이 달라졌다. "전도사님, 오늘은 성경공부 30분만 하고 하키 봅시다." 그래서 나에게는 전혀 재미없는 하키였지만(하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들이 원하는대로 30분 공부하고 하키는 1시간 이상 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성경공부는 위기를 넘기면서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5년 동안을 계속 할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두 가정이 술ㆍ담배를 끊는 기적이 일어났으며 끝까지 성경공부에는 관심을 안 보이던 한 가정은 6개월 만에 마음을 돌이키고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부부는 내게 미안했던지 유학생활에 고생이 많으시다는 인사와 함께 우리집에 큰 카페트를 사다 주었고, 우리 집에 필요한 청소기부터 시작해서 자기들이 쓰지 않는 물건들도 정성껏 챙겨 주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에게는 그런 변화가 모두 영적인 변화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성경공부 모임이 정착되고 영적인 분위기가 잡히면서 그분들의 친구들이 한 사람씩 소문을 듣고 찾아오게 되었다. 30여 명 모이던 교회는 어느 덧 1백명 정도의 성인들이 모이게 되었고 박재훈목사님(찬송가 작곡가)은 은퇴를 준비하시면서 나를 후임자로 당회에 추천하셨고 드디어 1989년 12월에 담임목사로 결정되어 이민교회라는 목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것이다.
 
1백여 명이 지금의 3천 명 교인이 되기까지 내 옆에서 은퇴 후에도 나를 아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박재훈원로목사님은 내게 아버님 같이 귀하신 분이시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격려해 주셨던 바나바 같은 박재훈 목사님과 사모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의 큰빛교회는 없었을 것이다.
 
박재훈목사님은 서둘러 은퇴하신 후에도 6년 동안이나 성가대 지휘자로 나를 도우셨고 지금까지 24년동안 단 한 번도 나와 개인적인 갈등이 없을 정도로 인격적으로 대해 주셨던 어른이시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이런 모습들이 성도들의 입을 통하여 이민사회에 좋은 소문으로 퍼져 나간 것 같다.
 
좋은 만남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임을 우리교회에서 얼마나 많이 느꼈는지 모른다. 이제 30대 초반의 철없는 목사를 받들고 섬겨주신 장로님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역시 교회라는 곳은 좋은 만남을 통해 주님의 축복을 경험하는 곳인 것 같다.

임 현 수
토론토 큰빛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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