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학교는 왜 변하지 않는가?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1월 07일(수) 11:00

얼마 전 좋은교사운동에 속한 교사들이 모여서 "만약 우리가 학교를 세운다면,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가?"하는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 토론의 결과 우리가 내린 결론은 '친절한 학교'였다. 이 말은 현재 우리의 학교가 '불친절'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학교의 '불친절함'은 예의나 도덕적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현재 우리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를 향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불친절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공교육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기독교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서구에서는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라는 분명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국가 주도의 근대 공교육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각 지역별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들이 교사의 선발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에 매우 깊이 간여를 하고 있고, 당연히 학교는 그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학부모 주권이라는 기독교 교육의 기초가 없는 가운데 국가 관료 조직의 한 형태로 근대 공교육이 들어오다 보니, 우리의 학교에는 학부모에게 책임지는 의식이나 구조가 없고, 오직 상급 관청인 교육청과 교과부만 바라보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 가운데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지만, 교장과 교육청에 의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교사가 매우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학교나 학교장의 경우에도 실제로 그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얼마나 헌신적으로 했고, 학부모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들이 했던 교육을 교육청이 요구하는 틀을 따라 어떻게 포장해서 잘 보고를 했느냐, 그리고 교육청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랐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러한 구조 하에 있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친절할 수가 없는 것이고, 학교가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가 이러한 '불친절'한 틀을 벗고,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틀에 잘 맞춘 교사가 좋은 점수를 받아 교장이 되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오히려 학교의 교장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학교경영계획을 발표하고 그것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대표들이 교장을 선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것을 평가하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장이 교육청을 바라보지 않고 학부모를 바라보게 되고, 그 학교의 교사들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만족도를 높이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고, 학교는 친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현재 '교장 공모제'라는 이름으로 전국 1백여 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정 병 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