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에 담긴 정신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리포트]스웨덴 임마누엘교회'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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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04일(목) 10:15
   
▲ 임마누엘교회서 마련한 한국 음식을 나누는 스웨덴 현지 교인들의 모습.

 
스웨덴에서 사역을 시작한 이후 스웨덴 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 때로는 음식이 대화의 주제가 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은근히 우리 음식에 대한 자랑삼아 나는 스웨덴의 전통음식은 무엇인가라고 묻곤한다. 그러면 대게 '미트볼'이라 대답한다. 스웨덴에는 음식문화가 다양하지 못하다. 이런 스웨덴 사회에서 요사이 한국의 비빔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불고기를 접하며 한국의 맛을 알기 시작했지만 요즘은 부쩍 비빔밥을 건강식이라며 즐기고 있다. 교회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점심메뉴를 비빔밥으로 하기로 결정을 하고 티켓을 팔았는데 6백장이 넘는 티켓이 팔렸다. 준비한 우리들도 놀랐다.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비빔밥이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필자에게는 비빔밥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비빔밥은 우리 교회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 주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금년 임마누엘교회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공동의회를 축제의 마당으로 가지면서 필자가 개회 설교를 하게 되었다. 어떤 설교를 해야 다양성을 지닌 우리 모든 교인들이 함께 공감하며 교회의 특징을 메시지를 통하여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는 한국의 고유음식인 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가며 설교를 하고 싶었다. 비빔밥에 담긴 맛과 멋이 바로 우리 교회가 지향해야 할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지닌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한 그릇에서 섞일 때 비빔밥이라는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다양성을 지닌 우리 모두는 차이를 통하여 예수의 맛을 드러내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교회가 지켜야 할 길임을 말했다. 인상적이었든지 많은 분들이 나를 만나면 '비빔밥'이라고 하면서 '당근'은 스웨덴 사람, '오이'는 영어 쓰는 사람, '시금치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임마누엘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한 지 어언 15년이 되어 간다.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생각하고 생활하다 다양성의 사회로 뛰어 들면서 제일 먼저 경험하게 된 것이 바로 획일성을 뛰어 넘는 '다양성'이다. 임마누엘 교회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주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이다. 스웨덴 사람들, 세계 각국에서 모여 든 인터내셔널 사람들, 그리고 한국 사람들, 이들은 매 주일이 되면 동일한 시간에 서로 다른 예배 장소에서 서로 다른 말로 예배를 드린다. 언어의 다양성은 언어의 다양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문화, 인종, 전통의 다양성 그리고 서로 다른 신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신앙의 다양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처음 임마누엘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입과 생각 속에는 한 단어가 항상 담겨 있다. 'Integration(통합)'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임마누엘교회라는 하나의 몸을 중심으로 일치를 이루어 갈 것인가? 이것이 교회의 고민이자 사역자의 고민이다.
 
유럽에 있는 많은 교회들은 유럽교회의 건물만 빌려서 사용하지만 임마누엘 교회는 교회 건물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속한 모든 교인들이 하나의 멤버십을 갖는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너의 교회도 나의 교회도 아닌 우리의 교회이다. 스웨덴 교인들에 의해 소유되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함께 나누는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물론 교회가 하나님의 집이라는 말씀의 기본정신을 쉽게 받아들여 실현하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많은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차이가 높낮이를 드러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차별이 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에베소서 2장19절의 "이제부터 너희가 외인도 아니요 손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우리의 자세를 새롭게 하며, 차이(다양성)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참으로 묘한 것은 분명 하나의 교회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또한 여러 활동과 회의를 통하여 서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아직도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함은 무엇 때문일까.
 
조너던 색스(Jonathan Sacks)가 "차이의 존중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다양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배울 것이다('차이의 존중'에서)"라고 했던 말처럼 다양성이 인정되고, 인정할 줄 아는 사회는 다양성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이 존중 받는 교회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다양성을 통하여 남의 것을 배울 줄 알고, 또한 인정할 줄 알며 그래서 열린 마음을 갖고 서로를 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지닌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서 실천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조 충 일
스웨덴 임마누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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