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존엄사 인정…교계 "생명존중 퇴보" 우려

[ 교계 ] '존엄사결정위원회' 등 환자 임종 결정할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8년 12월 02일(화) 16:27

법원의 존엄사 첫 인정 판결에 따라 존엄사법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계에서는 존엄사를 반대하는 입장과 더불어 불가피할 경우 환자의 임종을 결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우창록, 이하 기윤실)은 2일 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야기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무의미한 치료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겪어야 할 경우에는 환자의 사전의사나 추정의사, 환자 가족들의 판단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무의미한 치료라는 것을 논의할 수 있는 합당한 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의료진,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병원윤리위원회(가칭)'의 활동으로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모두가 주체가 되어 깊은 논의 하에 결론을 도출할 문제"라면서 "존엄사의 여부는 재판부 보다는 병원 내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논의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를 구성하되 환자측이나 병원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별도의 기관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필규국장(NCCK정의평화위원회)은 "안락사라는 것은 인위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존엄사의 경우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하거나 중단하며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라며 "성직자나 윤리전문가 등 사회적 신뢰 그룹으로 인간의 존엄적인 부분을 헤아리는 위원회를 별도의 기구로 외부에 두고 환자와 보호자, 병원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자와 목회자들도 존엄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불가해야 한다면서도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영상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는 "존엄사를 인정할 경우 '미끄러운 경사길(slippery slope)' 같이 생명존중의 입장이 전반적으로 후퇴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조심스레 접근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재판부가 아닌 존엄사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환자와 환자가족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나 법률전문가, 종교인 등의 상담구조를 병원 내에 체계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인웅목사(덕수교회 시무)도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의학적인 조치를 중단해 사망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임종을 결정할 시에는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존엄사결정위원회(가칭)'에서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의의 법을 악용해 장기를 매매하거나 환자측과 병원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면서 "원칙적으로는 존엄사는 불가하다는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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