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표 김치

[ 행복편지 ]

최일도 hmpyo@pckworld.com
2008년 11월 26일(수) 15:53

아내표 김치

아내가 담근 열무김치를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행복하게 다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은 열무김치뿐만 아니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물김치까지 담그는 것입니다.

오늘 점심과 저녁을 멸치볶음과 김치 두 가지만 가지고도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것도 너무도 즐겁게요.

감동한 아내는 안식년 내내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제가 맘껏 먹을 수 있도록
내일은 배추를 두 박스 사다가 김장을 하겠답니다.

결혼 초기부터는 매년 초겨울이면
아내는 날을 잡아 김장을 담갔습니다.

김장을 마치고 연탄 몇 백 장을 들여놓으면
한 겨울 날 채비가 다 되었다면서 뿌듯해 하던
그 시절 아내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모처럼 쉬는 남편을 위해 미국 조지아 땅에서
김장을 담그겠다는 아내의 얼굴에서
조강지처란 단어가 가슴 뭉클하게 속에서부터
해처럼 떠올랐습니다.

조와 기장으로 연명하며 초년고생을 함께 해온 아내란 뜻이
너무도 선명하게 가슴에 새겨진 날입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듯 김치맛은 역시 손맛입니다.
아내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열무김치와
내일도 직접 만들 김장김치를
안식년 김치라고 해야할 지
안에서 해처럼 빛나는 아내가 담근 김치이니
안해표 김치라고 해야할지 허허…

붓글씨로 써서 김치 항아리에 크게 붙여 놓을랍니다.
애정 듬뿍 김치, 사랑만점 김치, 아내표 김치!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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