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제네바에서

[ 논단 ]

정성진목사 pastor@kwangsung.org
2008년 11월 07일(금) 10:19
지난 10월 13일~1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다녀왔다. 20년 만에 다시 본 제네바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칼빈교회 종탑에서 내려다 본 레만호수의 광경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금번 제네바 방문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총회장 김삼환목사께서 세계교회협의회를 공식 방문하는데 수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교회와 함께 우정을 나누고 WCC 프로그램을 후원하기 위하여 결성된 'WCC의 친구들'이 WCC를 이해하고 세계교회협의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수고하는 동문을 격려하는 일이었다. 세계교회협의회 본부측에서 각별한 예우로 방문단을 맞아주었다.

사무엘 코비아총무가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영접해주었고, 국장단으로부터 WCC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보세이 에큐메니칼대학원을 돌아보고 교수들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외에 내년 칼빈 탄생 5백주년을 앞두고 종교개혁 유적지를 탐방하는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이번 일정 속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세계교회협의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되는 세계교회협의회는 6개의 부서가 전세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이슈에 대해 다루고 있었으며 직원은 4백50명에 달했다. 그 프로그램들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1. 21세기의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The WCC and the ecumenical movement in the 21st century) 2. 일치, 선교, 전도와 영성(Unity, mission, evangelism and spirituality) 3. 공적 증언 : 힘에 대한 대항, 평화 확언(Public witness: addressing power, affirming peace) 4. 정의, 봉사와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Justice, Diakonia and Responsibility for Creation) 5. 교육과 에큐메니칼 형성(Education and ecumenical formation) 6. 종교간 대화와 협력(Inter-religious dialogue and cooperation)

세계교회협의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균형잡힌 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우리는 NCCK를 통하여 WCC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의와 평화의 문제 등 예민한 이슈만 다루는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신학관을 가진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세계교회협의회에는 세계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총무 사무엘 코비아는 케냐 사람이고, 부총무는 인도 출신 여성신학자였다. 국장도 한국의 금주섭박사, 독일의 헬케목사, 브라질의 오데오국장 등이었다. 이들과의 대화 중에 한국교회가 그 역량을 세계교회를 위해 펼칠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칼빈의 정신을 본받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칼빈이 목회하던 성 피에르교회에서 칼빈이 목회할 때 사용하던 나무 의자를 보았다. 그의 유일한 유품인 의자를 보면서 개혁의 정신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무엇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제네바 시내 한 복판에 자리잡은 공동묘지 한켠에서 찾은 칼빈의 묘소번호는 707번이었다. '아무 장식도 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십자가도 없이 사방 15cm 정도의 돌 위에 칼빈의 약자인 'J.C' 두 글자만이 그의 무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짐했다. 장로교회 창시자가 저러했다면 그의 후예인 장로교 목사로서 '잘 죽어야 한다. 깨끗이 죽어야 한다'고.

금번 세계교회협의회 방문을 통하여 그간 교과서에서 배운 에큐메니칼 운동의 이해를 벗어나 세계교회의 연합과 일치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배울 수 있었으며, 한국교회에 존재하는 WCC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사무엘 코비아총무는 총회장 김삼환목사에게 한국교회가 지닌 신앙의 유산과 성장의 경험을 이제 제3세계 교회를 위해 나누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총회장께서는 WCC가 지닌 60년 역사에서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선교적, 영적, 물적 선교지원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우리 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가 WCC에 책임있는 지도력을 파송하고 지원하는 일에 앞장설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와 제3세계 교회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을 약속하였다.

이번 방문을 마치며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말한 웨슬레의 말이 생각났다. 이제 우리 모두 세계를 품자. 한국교회의 역량을 세계를 향해 펼쳐나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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