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에 눈물 짓는 동포들의 안식처"…나고야교회 노인홈 '영생원'

[ 교단 ] 복지 지원 못받는 지역 노인들에게 '돌봄' 서비스 포도나무 시작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11월 06일(목) 11:02

【일본 나고야=정보미기자】 나고야교회(김성제목사 시무)의 아침은 분주했다.

지난 10월 15일 오전 10시경, 이날도 교회 앞에서는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 전용 승합차에 휠체어 탄 노인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 나고야교회에서 실시하는 사회복지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
인근 타운으로 쇼핑을 갈 참이라고 했다. 평소 거동이 불편해 혼자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은 오랜만의 바깥 구경에 신이 났는지 저마다 화색이 돌고 있었다. 이렇게 한번씩 쇼핑에 나설 때마다 생필품, 먹을거리 등 장을 봐온다.

재일대한기독교회 나고야교회는 일본 정부에서 지난 2000년부터 실시해 온 개호보험제도에 따라 '영생원'이라는 노인요양원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들은 일본 정부에서 운영하는 거택개호지원센터에 신청해 심각성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판정을 받은 뒤 높은 수치(5)부터 먼저 인근 노인요양원으로 연계돼 보호받게 된다.

나고야교회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정부에서 승인받은 60명의 지역 노인들을 돌본다. 혈압 체온 등 건강상태 체크부터 시작해 '데이(day)서비스'로 식사, 목욕 봉사를 도맡는다. 노인 개인부담률은 전체 금액의 10% 정도(판정 수치에 따라 2~5만엔). 나머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 나고야교회 김성제목사.
"'김치먹고 죽고 싶다'는 재일동포 노인들을 위해 시작했어요. 한국교회가 노인홈을 운영하면 안심하며 찾아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재일동포 3세 김성제목사는 날이 갈수록 고향생각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재일동포 노인들을 위해 요양원 사역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회복지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교회는 사회복지법인을 따로 냈다. 일본복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노인홈' 현장에서 10년간 일해온 노인사역 전문가 사카이 아키코 씨가 사무장을 맡아 모든 일을 감독하고 있다. 김 목사는 실무자들의 아침 예배를 인도하고 미팅에만 참석한다.

하지만 김 목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8년이나 앞서 노인 보험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현재 사회보장제도가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할 청ㆍ장년층이 줄어들며 사회보장 예산도 덩달아 감소되고 있는 것.

때문에 개호보험제도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나고야교회는 '지역사회가 지역 노인들의 복지를 생각하자'는 시민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영생원' 산하에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시민 모임 평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인요양원을 통해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을 초청해 한달에 한번 식사 대접 및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생원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의 이름은 '포도나무'. 이름처럼 사역 전반에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밑바탕 되어 있다.

   
▲ 거택개호보험제도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 나고야교회는 매달 한 번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포도나무' 사역을 실시하고 있다.
"포도나무를 시작했을 때 주민들은 세 가지 사항을 걱정했죠. '한국사람이 하는 일인데 우리(일본인)가 들어갈 수 있을까, 교회가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닌가, 전도의 목적은 아닌가.' 하지만 고령자들의 복지를 위해 시설과 시민이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를 밝히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20여 명의 노인들이 '포도나무' 행사에 참여한다. 자원봉사에는 지역 시민들이 나선다. 재일동포를 비롯해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일본인들까지 이제는 '포도나무'를 신뢰하고 후원하고 있다.

'포도나무'의 참가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2~3천원 정도. "남에게 신세지기 싫어하는 일본인 특성상 무료로 초대하면 오히려 의구심을 갖죠. 최소한의 활동비만 받고 있어요."

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도자기 공예, 공원 소풍, 떡 빚기 등 매달 새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은 모두 독거노인으로 구성돼 있다. 돌연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

이익을 얻고자 함이 아닌 '참 복지'의 실현, 이것이 선교 2세기를 향한 재일동포 교회의 복지 현주소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