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선교백주년, 고난받던 소수서 화해 '사도'로

[ 교계 ]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기쁨의 눈물', 마이너리티 위한 사역 비전 제시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10월 21일(화) 00:00

   
 
재일대한기독교회 증경총회장 및 선교사들, 해외교단 인사들 및 일본 교계 지도자들.
 
【일본 오사카=정보미기자】 1908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재일동포 교회는 한인들의 오아시스였다. 1920년대 운하 등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 강제로 징집된 그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그리고 극심한 차별에 시달렸다. 이들에게 교회는 마음을 치유하고 평안을 찾게 해줬다. 설움과 아픔을 나누는 신앙공동체였다.

그로부터 백년 후, 2008년 13일 일본 오사카 오사카여학원 채플실. '마이너리티'(소수자집단, minority)로서 신앙을 지켜온 믿음의 동역자들이 재일대한기독교회(총회장:정연원) 선교 1백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예배당 빈틈없이 사람들이 들어찼다. 한인교회 성도들 외에도 각국에서 선교 1백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내외빈들로 준비된 1천여석이 금새 동이났다. 좌석 사이의 계단도 좌석으로 활용됐다. 이렇게 모인 인원만 약 1천3백여 명. 이를 바라본 한 목회자는 "최근 일본 교회에서는 모이는 것이 힘들어지는 추세인데도 불구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예배당 안이 붐비다니 놀랍다"면서 감격해 했다.

이날 행사는 총 3부로 나눠 진행됐다. 먼저 지난 1백년간 갖은 고난과 고통속에서도 신앙의 끈을 이어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리고, 결의를 다지는 대회선언문 낭독과 더불어 각국 교단 및 기관 대표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3부 순서에는 일본선교 2세기를 이끌어나갈 주역인 어린아이들부터 청년들까지의 공연이 다채롭게 구성돼 진행됐다.

사실 이날 예배는 입장부터 남달랐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 등 1백명이 재일대한기독교회 소속 1백개 교회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이는 재일대한기독교회의 '미래'들이 앞으로 재일동포 및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일본 선교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의 의미이기도 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정연원목사.
 
이날 '감사의 1백년, 희망의 1백년'을 주제로 설교한 총회장 정연원목사(오사카교회 시무)는 설교 막바지에 "あなただちが希望です(여러분들이 희망입니다)"라며 일본어로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 목사는 "너희에게 미래가 달려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큰 비전, 그것을 믿고 전진하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사명인지 되새기길 바란다"면서 신앙의 선배로서 격려했다.

세례교인 7천명, 1백개 교회. 언뜻보면 일개 군소교단의 교세로 보이나 이는 재일대한기독교회가 일본 정부에 대응하며 세찬 바람 속에서 사시나무 떨듯 위태하게 지켜온 고난의 열매다.

1908년 동경조선YMCA가 동경으로 유학을 온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뒤 정익노장로 김정식총무에 의해 동경교회가 세워지고, 대한예수교장로회 독노회서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7인중 한 명 한석진목사가 1909년 10월 일본으로 파송되며 교회에 조직이라는 게 생겨났다. 하지만 일본정부의 기독교 탄압은 극심했다. 이중에서도 한국인들에 대한 것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정 목사는 선교 1백주년의 과제에 대해 "재일대한기독교회가 화해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일동포들의 이제까지의 삶이 고난ㆍ갈등ㆍ아픔이었다면 이젠 화해와 평화,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백년간, 무엇이 그들을 그리 아프게 만들었을까. 현행범 아니면 지문을 찍지 않는 일본인들이 재일동포는 만 16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지문날인을 강요시키는 일본 정부의 차별법이 단적인 예다. 정 목사는 "재일동포들은 인권문제가 곧 삶이고 선교다. 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면서 "포로된 자로 갑갑한 입장이지만 우리가 화해의 사도로서 그들을 먼저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선교 2세기를 바라보는 재일대한기독교회는 선교1백주년 회관 건립에 온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국감리교회(UMC)의 배려로 도쿄 신주쿠 한복판 '1등' 명소에 부지를 얻게 됐지만 건축을 위한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하다.

내년 4월 착공 예정이나 건축자금이 부족해 그 계획도 아직 불투명하다. 현 재일대한기독교회의 총회 사무실은 일본기독교회관 내에 있다. 믿음의 선배들의 투쟁끝에 1945년 해방과 함께 일본기독교회에서 독립했지만, '몸체는 아직도 일본 교단에서 해방되지 못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고 한다.

회관은 재일동포 기독인들의 위상을 굳건히 자리매김해 줄 것이다. 또 회관 내에 세워질 '마이너리티' 선교센터와 연수실 등은 차세대를 양육하고 재일동포들처럼 차별받고 있는 중국, 브라질 등지의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인권 회복의 요충지가 될 예정이다.

올해 선교 1백주년을 맞이하며 재일대한기독교회는 고 존 매킨토시목사(미국장로교회 파송 선교사)가 이 땅에 선교사로 와서 40년 전에 만들었던 자신들의 로고에 '1908-2008' 문구를 첨가했다.

선배들이 소중히 이어온 지난 백년의 선교여정을 기억하며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고 소수자들을 품으며 앞으로의 백년을 힘차게 도약하겠다는 것. 이러한 디아스포라교회로서의 다짐이 일본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