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보스톤한인교회'편-완

[ 디아스포라리포트 ] "어머니 교회"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8년 09월 23일(화) 00:00

   
 
보스톤한인교회 수양회에 참석한 교인들의 모습.
 
몇 년 전 우리 교회 수양회 강사로 나성 영락 교회의 림형천목사님을 모신 적이 있다. 그 해 수양회에 목회자인 내가 가장 은혜를 많이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림 목사님의 부친 되시는 증경총회장 림인식목사님께는 자녀들을 모아 놓고 종종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교회가 너희를 키웠다. 교회에게 감사하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전기 충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생각되기를 "나는 과연 나의 자녀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수양회가 끝날 때까지 림 목사님의 그 말씀이 나의 귓전을 맴돌았다. 그리고 나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결심을 한지 약 한 달이 흐른 후 종교개혁주일 설교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 책, 저 책을 읽던 중 또 다시 전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초대교회 교부 중 한 사람이었던 키프리안(Cyprian)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접하였을 때였다.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에게 '아버지'라고 외치지만, 정말로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평소에 교회를 향하여 '어머니'라고 외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나의 이민 목회에 가장 중요한 지침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실 수양회 이후 한 달 동안은 림 목사님의 말이 교역자 가정에만 해당하는 말인줄 알았다. 그러나 거의 2천년 전에 이미 한 초대교회 교부를 통해서 모든 교인들에게 이 말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기쁜 소식을 나 혼자 오래 간직할 수 없었다. 당장 이 깨달은 말씀을 강단에서 선포하였다.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실 수 없습니다." 기대보다 무척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 후로 많은 분들이 공중기도를 할 때 "보스톤한인교회를 어머니교회로 모시게 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어떤 교우는 "정말로 우리 교회가 저희 가정에게는 어머니 교회입니다"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백을 하는 자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곤 한다. 물론 한국의 큰 교회 목사님들은 이러한 고백을 들어도 우리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느끼는 만큼의 감동은 없으리라 본다. 나도 서울의 영락교회 출신인데 영락교회를 향하여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훨씬 쉬우리라 본다. 1백 명만 넘게 모여도 감사하는 이민교회를 향하여 '어머니'라 부르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하나의 위로가 있다. 열악한 이민교회를 향하여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과 한국의 큰 교회를 향하여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 중, 하나님께서 더 귀를 기울이시겠는가? 그 누구의 자녀들을 향한 "교회가 너희를 키웠다. 교회에게 감사하라"는 외침에 하나님께서 더 감동하시겠는가? 전자가 아니겠는가?
 
보스톤한인교회는 올해 55주년을 맞이 한다. 그 중 부족한 자가 14년 째 목회를 하고 있다. 55년을 뒤돌아 보면서 아니 실제적으로 14년을 뒤돌아 보면서 보스톤한인교회를 오늘의 보스톤한인교회가 되게 하신 분들이 누구인가 생각해 본다. 그들의 얼굴을 그려 본다. 그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보스톤한인교회를 어머니 교회로 삼은 분들이다. 비록 열악한 이민교회이지만 끝까지 어머니교회로 섬기신 분들이다.
 
때로는 어려운 일도 없지 않았을리 없다. 인간관계로 고통을 느낄 때도 있었으리라. 담임목사와의 갈등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하나 같이 보스톤한인교회를 어머니 교회로 섬기셨다. 교회가 때로는 그들에게 아픔을 주었어도 그들은 교회를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 아픔 가운데서 더 아름답게 신앙이 성장한 것 같다. 더욱 생명을 체험하곤 한 것이다. 마치 노아의 방주가 지저분했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었듯이 말이다.
 
지난 주말에 수양회가 있었다. 폐회 예배시에 기도하시는 분이 기도 중에 이러한 고백을 하였다. "보스톤한인교회를 어머니교회로 섬기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이 분은 아마 수양회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서 자녀들에게 말하였으리라. "교회가 너희를 키웠다. 교회에게 감사하라."
 
나의 육신의 어머니는 지금 하늘 나라에 계시다. 그러나 나의 영적인 어머니는 나의 주변에 늘 함께 하고 있다. "어머니!"

*보스톤한인교회  이영길목사는 …

이영길목사는 대광고ㆍ서울대 의대를 졸업, 뒤늦게 목회자로 헌신했다. 영락교회 이창로원로장로(대광고등학교 명예 이사장)의 자제로, 지난 1995년부터 약 14년간 미국 보스톤한인교회에서 시무중이다. 형제로 한림대학교 이영선총장(영락교회 장로)과 이영문집사(영락교회) 등이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