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가 먼저 내민 손, 자살 위기 건진다

[ 교계 ] '자살하면 지옥간다' 보다 명쾌한 답변 제시해야, 공과에 '생명사랑' 주제 포함시켜야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9월 16일(화) 00:00

탤런트 고 안재환씨의 사망 이후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만 연탄가스 자살로 세 명이 숨졌다.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2005년 이은주씨가 자살한 뒤 청소년 자살은 하루평균 0.8%에서 2.4%로 무려 3배가 급증했다. 연이은 유명연예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사회적으로 파장되는 가운데 교회 내 자살예방교육의 시급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전대상'으로 분류됐던 공인들이 사망하게 되면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의 일로 연계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청소년 자살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10명 중 6명 이상이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장창민과장은 "베르테르 현상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청소년들"이라면서 "연예인을 삶의 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을 경우 사건을 자신과 동일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발생된 이후엔 많은 청소년들이 설교나 성경공부 시간에 자살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면서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막연한 도덕적 관념이나 무조건 기도하라는 답변 대신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강습회 등을 통해 목회자 및 교사들이 자살예방교육을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과 교재안에 생명사랑과 관련된 주제를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미처 예방하지 못해 일어난 '기독교인의 자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앙과 생활이 연결되지 못한 괴리로 인해 느끼는 죄책감 등 어떤 측면에서 기독교인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은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 자살은 금기시 되는 용어로 분류되는 것이 사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로 활동 중인 유영권교수(연세대 신학과)는 "죽은 사람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다"며 자살한 가족구성원에 대한 정신적 충격으로 유가족들의 자살시도 또한 높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남은 유가족들을 돌보는 일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애도를 할 시간도 부족 한 유가족들을 질타하고 정죄하기 보다는 배려하고 돌보는 측면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일련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교수는 "교회 내 확산된 개인주의로 인해 마음문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유대관계를 찾지 못해 오히려 더 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평상시에 자살의 징후를 파악하고 구역장, 목회자 상담, 전문가 의뢰 등을 통한 교회 내 적절한 예방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폐쇄적이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만을 돌보는 것이 아닌 '물 건너 생명줄 던져라'는 찬송처럼 막다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생명의전화' 하상훈원장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스스로를 죽이는 행동도 하나의 큰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절대 자살해서는 안된다는 생명존중의식을 종교인들이 문화운동으로 확산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교회가 생명문제에 발벗고 나서 실천적인 움직임을 보일때 사회로부터 존경을 회복하는 기독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생명의전화 교회협력위원회(위원장:조경열)에서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9월 10일을 기점으로 매년 '생명사랑 설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는 10월 10일에는 '생명사랑 밤길걷기' 대회를 개최해 가족들이 5ㆍ10ㆍ30km 코스로 청계천이나 남산을 함께 걸으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되새겨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보미 jbm@kidokongbo.com
김혜미 khm@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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