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멜본한인교회 편6

[ 디아스포라리포트 ] 내 마음의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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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06일(수) 00:00
주 현 신
멜본한인교회 목사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오래 전 광화문 교보빌딩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던 글입니다. 마치 하나님이 저에게 '갈대아 우르'를 떠나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호주대사관이 있는 교보빌딩을 드나들며 유학준비 하는 동안, 그 글귀가 제 마음에 각인되었을 테지요. 그렇게 조국을 떠나 유학생과 이민목회자로 살아온 것이 10년인가 봅니다. 여느 이민자들처럼 저 또한 단절의 고통을 견디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열심히 살았지요. 하지만 언젠가 이 낯선 곳이 익숙해질 무렵부터 저의 삶은 또 다른 '낡은 반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타향살이 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물설고 말설은 낯선 곳에서 새 삶을 개척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 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이민은 마음의 이민이라는 것을 더 소중하게 깨달았습니다. 낯설음이 또 다른 익숙함이 되었을 때, 미지의 땅이 또 다른 안전지대가 되었을 때, 이민자들은 질문합니다. 이제 어디로 떠나야 하는가? 그러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이민은 결국 '내 마음의 이민'인가 봅니다.
 
실제 이민은 마음의 이민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교회 근처도 얼쩡거리지 않거나 기독교에 비판적이던 사람이 이민을 계기로 믿음을 갖게 되는 '짭짤한'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세례 받을 때, 저는 겉으로는 점잖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고성방가'와 '관광버스 막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한답니다. 이민목회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지요. 하지만 이민 와서 외려 자신만의 '게토'에 머무르며 낡은 반복의 무덤에 스스로 갇히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한반도에서 살든 호주에서 살든, 문제는 '내 마음의 이민'입니다.
 
이민자의 눈으로 보면 성경의 주제는 '하나님을 향한 영적인 이민'(The Spiritual Migration toward God)입니다. 아브라함은 영적인 이민길을 나선 첫 사람이겠지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떠났던 그의 삶은 '내 마음의 이민'의 원형입니다. 아브라함은 무엇보다 하나님 아닌 것을 떠나 하나님에게로 이민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단을 쌓고 하나님을 예배했지요.(창12:7-8) 돌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던 우상들을 하나씩 내려놓았을 겁니다. 세상의 헛된 신, 거짓 종교, 재물과 권력을 향한 탐욕, 일그러진 고정관념과 편견, 끝없는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깊은 '상처의 쓴 뿌리'까지, 그 오랜 낡은 반복을 하나하나 아프게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런 아브라함이기에 '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겠지요. 하나님을 참으로 예배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움켜쥐는 삶의 낡은 반복과 결별하게 됩니다. '복의 창고'에서 '복의 샘터'로의 이민이지요. 퍼줄수록 더 샘솟고 흘려보낼수록 더 맑아지는 그 착한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이민 가고 싶은 '약속의 땅'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허락하신 '약속의 땅'을 누리기 위해 아브라함이 꼭 가야 했던 곳이 있었지요. 모리아산. 아들 이삭을 아니 자기 자신을 통째로 하나님께 드린 모리아산. 그 전적인 순종과 헌신이 있었기에 아브라함은 모든 영적인 이민자들에게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고, 만민을 위한 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리아산은 갈보리산을 예표한다 하지요. 아브라함처럼 아니 예수님처럼, 우리 영적인 이민자들이 반드시 가야할 '지시할 땅'은 십자가의 산, 갈보리입니다. 우상에 사로잡힌 삶의 낡은 반복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일 때,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약속의 땅'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 역시 이민자셨군요. 영주권도 아니고 임시체류 비자로, 저 높고 영광스런 하늘을 떠나 이 낮고 천한 땅으로 이민 오셨지요. 버리고 비우고 낮추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그 마음을 향해 우리도 '예수이민'을 떠나야 합니다.
 
익숙함, 그 낡은 반복과 매일 이별해야 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거나 "온전히 이루었다"는 교만과 사별해야 합니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빌3:13) 날마다 새 길 떠나는 내 마음의 이민! 여러분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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