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고 예수님 사랑 펼치지 못할 이유 있습니까?"

[ 우리교회 ] 동부제일교회 장애인선교회 지역선교 모범

최은숙 기자 ches@kidokongbo.com
2008년 07월 22일(화) 00:00

장애인들이 단순한 복지 수혜대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돕는 사회를 만들어 가며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스스로도 월수입 3,40만 원에 단칸 셋방에서 여럿이 몸을 포개어 살아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봉사의 주체자가 되어 나눔과 섬김을 몸소 실천하는 동부제일교회(임은빈목사) 장애인선교회(회장:최상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5년 장애인 교인 40명이 중심이 돼 "몸이 불편하다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지 못할 법은 없다"면서 시작된 장애인선교회는 하남시 일대 중증장애인들과 독거노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려운 곳을 콕 짚어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역이 '무료빨래방'이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만도 6천여 명.그들 대부분은 빨래방의 도움으로 날마다 말끔하게 세탁된 옷을 입을 수 있다. 선교회 회원들과 교회봉사자들이 팀을 나눠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한 후에는 배달까지 해결한다. 배달 전에는 세탁된 옷을 일일히 점검하며 단추를 달고 지퍼를 교체하기도 하고, 구김이 간 옷은 다리미질로 주름을 말끔하게 펴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는 최상호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 대부분 냄새나고 지저분한 옷을 입어야 한다"면서 "무시당하지 않고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깨끗한 옷을 입게 해 주고 싶었다"고 빨래방의 시작을 소개했다.

사실 빨래방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상의 질타를 받으며,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외롭게 출발했다. 한 때 누군가의 실수로 불에 타 갈 곳을 잃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기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섬기는 선교'로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으며 '공격적이고 무례한 선교'라는 교회의 이미지를 벗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먼저 교회를 벗어나 사단법인 경기도장애인복지회 하남시지부 임직원으로 활동하며 선교의 영역을 교회중심에서 지역중심으로 넓혀 자연스럽게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초교파적인 단체지만 교인들이 주요 임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덕분에 아침마다 예배로 시작했으며 기도제목을 나누고 선교의 초점을 효과적으로 복음을 나누는 데 주력했다. 단 한번도 "교회에 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교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동부제일교회가 하남시 전 지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장애인부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선교회의 사역에 감동한 장애인들이 스스로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다시 봉사의 주체로 서는 역사가 이뤄졌다.

교회에서 선교를 담당하는 이범성목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그들을 '평신도 선교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매주일 성경공부를 통해 영적 배터리를 충전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면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신앙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신앙과 삶이 유리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선교의 영역을 지역사회로 넓히며 하나님의 영광도 교회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회는 무료빨래방 외에도 쌀을 산지에서 직송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지역의 중증장애인 10가정에 생활비를 지원하고, 휠체어 전달은 물론 폐품수거 판매, 건물청소 등 용역활동을 제공하며 장애인들의 재활도 돕는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고, 그 장애인이 다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세상. 동부제일교회는 장애인 동력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구체적으로 섬기며, 교회 중심이 아닌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선교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큰 숙제가 있다.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재활센터건립'이 바로 그것. 수십 년 동안 독일에서 공부하며 사역한 경험이 있는 이 목사는 "독일은 장애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국가가 노후를 위한 연금을 가입해주미나 우리는 당장 오늘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중장기 재활프로그램을 위해서 센터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에서는 토지만 준비해 온다면 센터를 지어주겠다고 하지만 지역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존폐위기에 놓일 만큼 열악한 선교회의 모습 속에서 "장애인들이 필요한 것은 일회성선교가 아니라 장기적인 나눔과 봉사"라는 목소리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선교의 방향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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