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새벽 깨우던 그리운 종소리

[ 아름다운세상 ] 도심 속에서 복음의 종 울리는 동문교회

차유진 기자 echa@kidokongbo.com
2008년 07월 17일(목) 00:00

   
 
동문교회는 지난 2006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20여년 간 창고에 보관해 온 종을 꺼내 종탑을 세우고 지역사회를 향한 선교 열정을 다시 한번 새롭게 했다. 사진은 함성한원로목사(좌측)와 손세용담임목사.
 
예전에 어린이들이 교회를 그릴 때는 반드시 건물 위에 뾰족한 탑을 세우고 거기에 십자가나 종을 그려 넣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그림은 많이 달라졌다. 십자가탑 대신 정원으로 꾸며진 옥상과 종 대신 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들어서는 게 보통이다. 때로는 십자가 조차 눈에 띄지 않는 교회들도 많아 졌고, 종탑이 있는 그리고 누군가 그 종을 치고 있는 교회 그림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서 기대하기 힘들어져 버렸다.
 
아마도 서른 나이를 넘긴 교인이라면 어린시절 교회에서 울리던 종소리 또는 차임벨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가끔 새벽 종소리에 잠이 깬 기억이 있을 것이고, 또 조금더 커서는 주민들의 항의로 더 이상 새벽종을 울리지 못하게 됐다는 사연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후 다니던 교회가 이사를 가거나 재건축을 하면서 종탑을 철거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소리도 잊게 됐을 것이다.
 
이제는 농어촌의 목회자들 마저 "교회에서 종소리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가운데 도심의 한 교회가 새로 종탑을 세우고 젊은 세대들에게 선배들의 열정과 헌신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에 나섰다.
 
기자가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서울강동노회 동문교회(손세용목사 시무)를 방문한 지난 11일, 교회 앞마당에서 철골구조물로 세워진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종탑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006년 이곳에 세워진 이 종탑의 이야기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동문교회(당시 중부교회)에 부임한 함성한목사(현 동문교회 원로목사)는 교회를 허물고 새로 건축하게 된 1993년까지 26년여 세월을 그 종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모든 예배의 30분 전과 시작시간에 종을 쳤고 당연히 새벽예배 때도 예배전과 예배시간에 두차례 종을 쳤다. 당시에는 알람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새벽종은 주민들에게 기상을 알리는 종이기도 했다. 그러나 종을 치는 함 목사의 입장에서는 제 시간에 종을 치기 위해 매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시계를 곁에 두고 잠을 청할 만큼 항상 긴장을 요했던 중요한 업무였다. 또한 대부분 목회자들이 직접 종을 쳤기 때문에 함 목사도 마당에서 줄을 당겨 예배의 시작종을 치다가 바로 들어와 예배를 인도해야 했다. 그리고 업무나 심방 등으로 종을 치기 힘든 때나 몸이 아픈 경우에는 부인이 대신 치거나 교인들에게 타종을 부탁하기도 했다.
 
함 목사는 "그때는 주민들의 항의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수고한다' '아침마다 깨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격려는 당시 교회를 운영하던 목회자에게 큰 힘을 줬고, 주민들을 섬김는 마음으로 모든 수고를 기쁘게 감내하게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수고가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면서 교회들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울리는 차임벨을 선호하게 됐고, 오히려 비판 받게 될 즈음에는 차임벨 조차 울리지 않게 됐다.
 
함 목사는 "이미 60년대에도 새벽종이 없어지는 추세였다"고 말한다. 동문교회도 지난 1993년 교회를 재건축하면서 종탑을 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종은 창고에 보관됐다. 그나마 함 목사가 교회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상가를 임대해서 옮겨다니는 과정에서도 종을 버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함 목사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종탑을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종을 보관해 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버렸지만 사람들에게 예배시간과 교회의 존재를 알려온 종만은 버릴 수 없었던 함 목사는 "한 때는 종소리를 시끄럽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요즘은 종소리가 나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궁금해 하며, 그 울림에 평안한 마음을 얻게 된다"고 전했다.
 
아직 동문교회는 교회 창립일 등 기념일에만 타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함 목사는 언젠가 다시금 교회가 예전 같은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면 교회의 종도 다시 울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최초의 목회자를 배출한지도 어느덧 한 세기가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목회자들이 세대를 바꿔가며 변하는 사회 속에서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오늘날 교회가 얻은 풍요로움은 상당부분 이들이 맺은 결실일 것이다. 그동안 많은 목회자들이 좀더 쉽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고, 더 많은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와함께 한국교회를 성장하게 한 원동력에는 매일 종을 치며 새벽을 깨워온 수많은 목회자들의 헌신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많은 사람 교회로 이끈 복음의 종"

 교회 부흥과 종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천막교회 시절부터 종을 쳐 온 동문교회 함성한목사는 "과거에는 교회 성장에 따라 교회의 종도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한다. 개척교회 시절에는 용접에 쓰던 산소통을 잘라 만든 종을 나무망치로 두드리다가 건물이 생기면 작은 종을 마련하고, 또 교회가 확장되면 더 좋은 종으로 바꿔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과거 교회들에서 종탑과 종의 크기는 교회의 규모와 비래했던 것이다. 그러고 이러한 종을 제시간에 울린다는 것은 목회자들의 헌신과 교인들의 협력이 원활함을 의미하기도 했다.
 동문교회도 함 목사가 사역을 시작한 1960년대 후반에 종을 한번 교체했다. 당시 매일 종을 쳐온 목회자와 그 소리를 들어 온 교인들에게 헌금을 모아 마련한 새 종이 울려내는 소리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지난 1997년부터 동문교회의 성장을 이끌어 온 손세용목사는 "이 종은 지역개발 등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해온 우리교회의 역사성을 대언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을 교회로 이끈 복음의 종으로, 지금은 교회가 사회를 향해 울리는 희망의 종으로 자리잡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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