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제주총회에 바란다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8년 07월 17일(목) 00:00

김 정 서
목사ㆍ제주영락교회

한국 장로교회가 첫 조직을 갖춘 것은 1907년 9월 17일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열린 '독노회'였다. 그리고 총회가 조직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인 1912년이었다. 그때부터 장로교단은 가장 큰 모임인 '총회'를 해마다 9월 중에 개최한다. 올 9월이면 대표적인 장로교단들이 제93회 총회를 제주도에서 개회하게 되어있다. 이미 결정된 교단은 우리 교단을 비롯해 합동, 기장, 그리고 합신측으로 알려져 있다. 장로교단이 본래 하나의 뿌리였기에 이미 총회 회기(回期)를 같이 쓰고 있었지만 올해처럼 한 지역에서 동시에 개회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한국장로교 최초의 선교사 이기풍 목사가 제주에 입도하여 선교한 지 꼭 1백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국장로교 선교사 파송 1백 년의 해'를 맞이하는 올 총회는 '한국장로교 선교사 파송 1백 년을 자축하는 총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최초의 선교사를 맞이한 제주의 입장에서는 '기독교 입도(入道) 1백 년'이 되는 참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해이다.

제주 대부분의 장로교회는 각 교단에서 9월에 개최될 총회에 거는 기대가 있다. 총회가 '선교사 파송 1백 년'의 의미를 어떤 식으로 조명할 것인가? 각 교단의 총회가 제주도에서 열리는 만큼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그냥 '제주선교 1백 년'의 이름만 빌려서 총회를 제주에서 갖는 것에 그칠 것인가?

1백 년 동안 첫 선교지였던 제주도에서는 어떻게 선교가 이루어졌었고, 교단의 제주선교의 공(功)은 무엇이고 과(過)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라도 드러낼 것인가? 피 선교지였던 제주의 상황은 오늘 과연 어떠한가에 대한 성찰이 있을 것인가? '총회 선교사 파송 1백 년의 백서', 혹은 '첫 선교사 이기풍 파송 1백 년의 백서'라도 발간할 것인가? 사전적 의미로 백서(白書)란 '정부가 정치ㆍ경제ㆍ외교 등에 관한 실정(實情)이나 시책을 발표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그러므로 올 총회는 '총회 선교 1백 년 백서' 같은 결과물을 내 보일 만한 해이다. 본래의 한 뿌리였던 장로교단의 총회가 이번만큼은 제주도 한 지역에서 모이니 그 중에 과연 어느 교단이 '제주선교 1백 년의 역사'를 제대로 말할 것인지 제주의 교회들은 자못 궁금하게 여긴다.

제주의 개신교는 제주도 내에서 아직 마이너리티(minority)다. 제주의 개신교 복음화율은 현재 약 7% 정도에 머물고 있다. 전국 복음화율을 20% 정도로 추정할 때 1/3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제주 내 천주교는 어떤가? 이보다 훨씬 높아서 약 12~13% 정도로 보고 있다. '2007년 한국 천주교회 교세통계 해설'에 의하면, 제주 천주교의 경우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이 11.5%로 공식 보고되고 있으며, 같은 해 천주교의 전국 신자 비율이 총인구의 10% 정도로 보고한 것을 보면, 제주 천주교세가 전국 천주교세보다 앞서고 있다. 특이한 현상이다.

왜 제주의 개신교는 육지에 비교하여 선교가 어렵고, 복음화율을 좀처럼 높이지 못하는가? 제주교회의 무능함 때문인가? 그리고 왜 제주의 천주교는 육지에 비교하여 신자율이 전국 평균에 훨씬 웃도는가? 제주 천주교의 능력 때문인가? 그 이유를 찾는다면 제주도민에게 다가서는 선교방법론에서 차이를 발견한다. 천주교는 1백 년 전부터 제주에 '신성여학교'라는 명문학교를 세우고 양질의 고등교육을 도민들에게 베풀었고, 1950년대에는 방대한 '이시돌목장'을 만들어 가난한 농민들을 살리는 운동으로 도민들에게 접근한 것이다. 천주교 배척의 의미가 농후했던 1901년 '제주민란(이재수의 난, 혹은 신축교란)'이라는 뼈아픈 실책을 만회하기 위한 천주교 중앙교단의 새로운 선교전략이 주효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교회는 모름지기 선교가 존재목적이며, 교회의 생명력은 선교지향적일 때 왕성하다. 모든 개교회의 각종 회의, 노회, 그리고 총회는 그 모임 자체가 선교 지향적이어야 할 것이다.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회의 모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제주의 교회는 이번 각 장로교단의 제주총회가 제주지역 선교에 도움이 되고, 제주기독교의 부흥에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