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도 건설하죠"

[ 교계 ] 국제해비타트대표 조나단 렉포드목사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7월 11일(금) 00:00

   
 
해비타트 한국본부 회의실 한켠에는 해비타트 본부가 위치해 있는 각 나라의 시계가 저마다 재깍거리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8~30일 한국을 방문한 국제해비타트 대표 조나단 렉포드목사. /사진 정보미기자
 
국제해비타트 대표 조나단 렉포드(Jonathan T.M Reckford) 목사가 6월 28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백 개국에 위치해 있는 해비타트 본부를 순회 중이다.

28일 오후, 한국해비타트(이사장:이순) 사무실에서 만난 렉포드 목사는 말끔한 양복 차림에 서글서글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대학시절 조정선수로 활동한 경력 덕분에 '88 서울올림픽' 때 한국 조정팀 코치로 활동했어요. 한국에서 지내던 1년간 신실한 크리스찬이던 한 친구의 권유로 매주 월요일마다 성경공부를 했죠. 그 가운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됐어요. 그동안은 겉모습만 크리스찬이었는데 말이죠." 머리로만 알던 하나님을 가슴으로 만나게 된 곳이 한국이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고.

사실 그는 남부러울게 없는, 미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마디로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지난 1984년부터 1986년까지는 월스트리트에서 골드만삭스의 재무분석가로 활동했고, 87년~88년 조정팀 코치를 거친 후에는 스탠포드대에서 MBA 석사과정을 밟고 세계적 호텔그룹인 매리어트에서 전략경영실장으로 근무했다. 또한 월트디즈니그룹 본사의 경영 담당 간부, 미국 유명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 서킷시티 스토어스의 수석부사장, 뮤직랜드 스토어 체인 사장을 지내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도 스탠포드대 시절 지도교수로 부터 들었던 "돈을 벌기 위한 비지니스 세계의 경영방식은 비영리 분야에서도 똑같이 필요하다"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쌓은 노하우를 교회에 적용시킬 순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교회 경영문제를 컨설팅 해주기 시작했고 그의 열정에 반한 한 교회는 행정담당 목사직을 제안했다. 그러던 중 국제해비타트에서 CEO 공채가 나왔다.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의 사역은 바로 내가 대학원시절부터 품었던 가치관과 신앙심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일이었습니다. 외국인노동자와 소수인종의 인권회복 등 사회 정의구현 운동에 힘쓰셨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있습니다. 자라면서부터 사회에 도움을 주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죠."

떡잎때부터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자란 그는 역시 '될성부른 나무'였다. 2005년 8월, 국제해비타트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대표가 된 후 작년 한 해에만 5만 가정에게 주택을 제공했다.

해비타트가 창립된 1976년부터 2005년까지 20만채를 지었는데, 그가 대표로 취임한 후 해비타트에서 제공한 주택은 지금까지 세계 90개국 총 30만채에 달한다. 불과 3년 만에 10만채를 지원한 것이다. 최근 사이클론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미얀마에도 현지 교회와 협력하며 지원을 베풀고, 지진 피해로 8만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중국 쓰촨성에도 1천여 가정에게 튼튼한 목조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껏 거침없이 달려왔지만, 그는 아직 'Faster and More(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친다. "부임 첫 해에 매년 2만채씩 짓는 5개년 계획을 수립했는데 훨씬 더 많은 집을 짓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1년에 6만6천채를 목표로 무주택자들에게 좀더 많은 집을 단시일 내에 지어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마다 한국해비타트 본부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들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벽에는 해비타트 본부가 위치해 있는 각 나라들의 시각이 재깍거리며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2005년 극심한 쓰나미 피해로 주거 터전을 잃은 태국 차차차 지역 주민들이 해비타트를 통해 집을 얻게 된 후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는 렉포드목사. 그는 해비타트 사역의 강점을 "입주자와 봉사자가 함께 일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왜 교인들이 해비타트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해야 하는지 물으니 대뜸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두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그중 한 나무에는 열매가 없고 다른 나무에는 많이 있습니다. 어떤 나무가 살아있다고 보십니까?"

머뭇거리자 그는 "열매가 있는 나무가 생명이 있다"고 답했다. "열매가 없는 교회 사역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말씀과 행동 이 두가지 방법으로 전해지는데 우리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해비타트 사역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강력한 매개입니다."

해비타트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목표했던 결과물이 눈 앞에 보여질때의 뿌듯함을, 그리고 그 현장을 함께 지켜보는 예비입주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여기서 사랑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크리스찬들이 해외에 나가 무주택자들을 위해 땀흘려 수고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지미카터 전 미국대통령 부부가 30여 개국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와서 대규모 건축을 진행했던 충남 아산시 '화합의 마을'을 방문하는 등 2박3일간의 짧은 국내 일정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향해 30일 서둘러 일본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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