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뚝딱' 목회자가 전한 '사랑의 망치질'

[ 교계 ] 해비타트 주최 '목회자가 짓는 사랑의집', 80명 참여해 성료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7월 02일(수) 00:00

   
 
지난 6월 30일 한국해비타트 주최로 열린 '목회자가 짓는 사랑의 집' 행사에 참여한 80명의 목회자들은 이웃을 위한 집을 지으며 온 몸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사진 정보미기자
 
【아산=정보미기자】 6월 30일, 충남 아산시 도고면 해비타트 '화합의 마을'. 목회자들에게는 유일한 휴일인 '꿈의 월요일'을 뿌리치고 80명의 목회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목회자가 짓는 사랑의 집'이 진행되는 해비타트 천안아산지회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강단에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로만 전하던 목회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선 것.

"제게는 해비타트에서 일하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에요. 못질하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한눈을 팔다가는 손을 찧기 일쑤죠. 집중해서 일해야 합니다. 머리가 쉬게 되니 주말내내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도 말끔히 해소되죠."

매주 월요일이 되면 해비타트 공사현장을 찾아 봉사하러 온다는 전재국목사(예장합동ㆍ천우교회). 전 목사는 "이런 일들을 바로 목회자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성도들에게 봉사하라고 권하기 전에 목사가 먼저 실천해야죠."

오전 경건회 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시작된 작업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이났다. 목회자들은 자재를 나르는 것부터 시작해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시종일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반 자원봉사자들이 열번도 넘게 두드려야 박혔던 못은 세번 만에 통쾌하게 박혔다. 고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맛봤던 점심과 새참으로 제공된 팥빙수도 '꿀맛'이었다. 처음에 무겁고 어색하게 시작됐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기애애하게 변했고, 오전내내 구름 가득 찌푸렸던 하늘도 어느새 맑게 개어있었다.

소망교회(김지철목사 시무)에서는 여름성경학교 등 7, 8월 여름 사역을 앞두고 교육부 목회자 11명이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이장우목사는 "아이들을 위한 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교역자들이 먼저 헌신하자는 마음으로 함께 오게 됐다"면서 "우리가 짓는 집이 마을 사람들의 귀한 처소가 된다니 세상이 모르는 우리들만의 기쁨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화합의 마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주민들에게 두 채의 집을 선사한 참가자들. /사진 정보미기자
 
지난달, 해비타트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순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천안중앙교회에서도 4명의 교역자들이 참석했다. 이진만 수석부목사는 "담임 목사님부터 나서서 열심인지라 교역자들 및 성도들은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사명으로 여기며 참여하고 있다"면서 "해비타트만큼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은 드문 것 같다"고 했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머리 백발에 나이 지긋한 원로 목사부터 파릇파릇한 신입 전도사까지 목회자들은 하나가 되어 협력하며 선을 이뤄 나갔다. 다섯시간에 걸친 작업으로 해비타트 '화합의 마을'에는 두 채의 목조 벽체가 세워졌다. 작업의 결과물이 눈앞에 보이자 목회자들은 감격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박수치고 격려했다. 이 두 채에는 주민들의 쉼터가 될 마을회관이 들어서고 새로운 가정이 입주해 삶의 터전을 뿌리내릴 예정이다.

더 봉사하고 싶은데 아쉽다는 김철수목사(오산명성교회 시무)는 "목회자들이 무조건 와서 경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목회자 집짓기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천했다.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전인권목사(미죽성결교회 원로)는 "남은 생애에 값있는 봉사를 하고 싶었다"면서 "힘들어도 기쁨으로 하니까 괜찮다"고 말하며 미소지어 보였다.

쉴틈없이 일하는 그들의 구슬땀은 '화합의 마을'을 사랑으로 흠뻑 적셨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망치와 못을 들고 봉사하러 온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국제해비타트 교회협력담당 라파트 자키 목사(Raafat Zaki)는 "한국교회의 강한 힘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면서 "목회자들이 와서 봉사하니 성도들도 그 모습보고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겠는가"라고 감격해 했다.

이날 현장에서 목회자들이 보여준 모습처럼 세계교회가 교파를 초월해 같은 목적을 갖고 한 뜻을 이루는 게 꿈이라는 라파트목사. 쌍커풀이 굵게 진 그의 큰 두 눈에 희망의 샘이 가득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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