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나성영락교회 편'5

[ 디아스포라리포트 ] "'다양성' 속에서 참 신앙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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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12일(목) 00:00


우리 교회의 한 집사님이 해준 이야기다. 자녀들과 함께 외식을 했는데 음식을 앞에 두고 아들이 말하기를 "오늘은 가짜 기도하는거야?"라고 물었단다. 뜻밖의 아들의 말에 엄마 아빠는 놀라서 "무슨 가짜 기도가 있니? 그럼 진짜 기도는 뭐지?"라고 되물었다. 아들과 대화를 해 보니 '각자 기도'라는 말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주 각자 기도하자는 말을 해왔고 그것도 주로 밖에서 외식할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각자가 간략하게 기도할 때 각자 기도하자고 했던 것을 생각해 보니 최소한 아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간략하게 하는 기도는 가짜 기도로 부른다고 이해해 온 셈이었다. 이 집사님은 많은 생각을 하는 중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간략하게 기도하려 했던 자신의 태도에도 반성을 하게 되었고 또한 별 뜻없이 반복하는 말과 일에는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바른 가르침은 대단히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상당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행하는 많은 일들도 그 근본목적과 이유를 생각하게 될 때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이해되고 따라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하나님의 법처럼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교회나 미국인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서 행하는 성찬식에 참여해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에 대하여 약간의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이들도 물론 깨끗한 성찬기와 정결한 분위기로 성찬식을 거행하지만 우리들처럼 흰 장갑을 끼거나 흰 천으로 전체를 덮었다가 시행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에 일찍 오신 선배 목사님께서 기독교 예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이 있으신 것을 알고 여쭌 적이 있었다. "왜 우리들은 성찬식을 행할 때 떡과 잔 그리고 그 그릇들을 흰천으로 덮어 놓지요?" 그런데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그 선배 목사님 말씀하시기를 "글쎄, 내 생각에는 옛날에 한국에 파리가 많았기 때문에 그랬을 거야."
 
미국에서 다양한 문화권, 다양한 교단, 다양한 전통들을 대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의 전통이란 쉽게 절대화되지만 동시에 그것들은 결코 절대화되어서는 안되는 상대적인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것은 나에겐 너무나 중요한 발견이다. 미국 교단에 속하여 여러해 목회하면서 우리들과 다르게 이해하는 부분들이 무척 많이 있음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절대화해 온 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장로교 제도에 대한 이해이다.
 
장로교 제도는 일종의 비례대표제도인 셈이다. 그래서 헌법에도 교인들 30명에 장로 1인을 선출할 수 있다는 식의 규정이 나온다. 이는 교인들을 대표하는 이들을 통하여 다스린다는 표현이다. 미국 교인들은 이 대표성을 잘 이행하기 위하여는 계층의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여성, 젊은 교인, 나이가 드신 교인 등 다양한 교인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장로로 선출이 되어야 전체 교인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그들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하여 한국교회는 비례대표적인 개념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고 다만 장로라는 문자적인 말 뜻대로 나이가 든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로가 되려면 나이가 적당히 또는 상당히 들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본래적인 장로교 제도인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교회의 다양한 계층의 의견과 요청이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한가지 깊이 배우게 되는 것은 노회장 또는 장로와 같은 직분에 대한 이해이다. 미국 노회에서 약 8년간 있고 공천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미국 목사와 장로들이 직책에 대하여 가지는 자세를 배울 수가 있었다. 미국 노회의 경우 모든 직은 섬김의 직이요 따라서 추대의 형식을 밟는다. 내가 되겠다고 나서는 법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노회장을 선출할 때 공천위원회에서 모여서 내년도에 우리 노회의 가장 중요한 사역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노회장을 선출 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을 의논한다. 그리고는 공천 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사람을 추천하고 그 추천된 사람들에 대하여 거수로 찬성을 표시한다. 그러면 위원장은 가장 표를 많이 받은 사람들부터 연락을 하여 섬겨 줄 것을 부탁한다.
 
"내년에 우리 노회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 공천 위원회에서는 당신이 이 일을 가장 잘 해 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요청을 수락해 주시겠습니까?" 이런 부탁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네'라고 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들처럼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자리가 섬김과 희생을 요구하는 자리임을 알아서 교회와 가족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하고 동의를 얻기위해서이다. "내가 이런 요청을 받았는데 이 직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위한 사역의 일부도 감당할 수가 없게 됩니다" "가족들을 위하여 행하던 어떤 일들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노회를 위하여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저를 지원해 주시겠습니까?" 이런 동의와 지지를 받을 때에 비로소 섬겨달라는 요청에 '네'라고 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밟았기에 노회석상에서 그는 명예롭고도 자랑스럽게 그들의 지도자로 추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개 교회의 장로도 마찬가지이다. 선출이 된다면 그 직을 감당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업과 가정을 위하여 투자하던 많은 일들을 양보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직을 받는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내가 그 직을 지켜야 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들이 깊이 생각하고 돌아보지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행하는 많은 일들이 가짜 기도가 되고 가짜 섬김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든다.
 
다양한 전통 다양한 문화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림 형 천
나성영락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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