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고마워요 사랑해요"

[ 교계 ] 태안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 행사 스케치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6월 03일(화) 00:00

【태안=정보미기자】 "얼음 언 곳에 기어다니며 기름을 닦느라 가뜩이나 안좋았던 무릎이 더 아파졌어요. 속은 메스껍고 기침은 계속나고 기관지염에도 걸렸었죠. 의사선생님들이 와서 치료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풍천교회 김정자권사)

   
 
지난 5월 31일, 한국교회봉사단이 마련한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에는 태안주민과 한국교회 성도 8천여 명이 어울려 희망의 하모니를 자아냈다. 이날 저녁에 열린 위로공연 객석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의사분들의 손길에 사랑이 넘쳐요. 사랑을 너무 많이 받는 느낌이에요."(풍천교회 김원례집사)

"한동안 감기증세가 낫질 않았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 침을 맞았는데 안 올라가던 팔이 기적처럼 쑤욱 올라가요. 먼거리에서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전문장비를 짊어지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와주셔서 감사해요."(소원교회 신현순집사)

   
 
부산침례병원의 지원으로 열린 풍천교회 무료의료진료 행사에서 한 노인이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잘 보여요. 백내장으로 양쪽 눈 수술을 받고 나서 시력이 안좋았는데 좋은 안경 선물 주셔서 감사해요."(원북교회 최순희권사)

"동네마다 십자가 탑이 있지만 정작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어요. 어려움 당할 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곳이 교회라는 생각이 다시한번 드네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누가하는 거야?'라고 물을 때 '기독교에서 한다더라'는 얘기만 전해져도 지역 주민들은 교회에 큰 감사의 마음을 느낄거예요."(문성호씨ㆍ충남 태안 거주)

지난 5월 31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안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아침 일찍 진행된 방제작업부터 시작해 의료진료봉사, 태안사랑장터, 길거리 전시회, 글짓기 그리기 대회와 저녁에 이어진 위로공연까지 온종일 태안 주민들 만을 위해 진행된 '다시 서는 서해안 만들기!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 행사. 이날 만큼은 주민 모두를 온갖 고통과 시름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교회봉사단(대표:김삼환 단장:오정현)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위로와 소망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주민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행사, 당연히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모인 인원은 약 8천명. 숭실대 서울여대 한동대를 비롯한 기독교대학들과 인근지역의 일반대학교에서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했고 태안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자 각 지역에서 찾아온 교회 성도들이 3천명, 위로잔치에 참석한 태안 주민 3천명과 글짓기 사생대회에 참가한 학생 및 학부모까지 '다시 서는 서해안'을 만들기 위해 총 출동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묶인 성도들은 이날 예수님의 사랑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백60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검은바다'로 불렸던 태안이 어느덧 하얀 백사장을 자랑하고 있다. 만리포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아동들이 모래로 '두꺼비집'을 지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사고 후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바다와 기적적으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방제작업 모습이 다양한 사진으로 전시되는 등 갖가지 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지역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마련된 '태안사랑장터'에서는 서산수협과 현지 주민들이 김, 젓갈, 태안자염, 육쪽마늘 등 특산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해수욕장 서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이 꾸며졌으며, 활기찬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현지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짓기ㆍ그리기 대회도 개최됐다.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 이벤트도 마련됐다. 모항, 소원, 풍천 등 지역교회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무료 의료진료봉사가 행해졌다. 세브란스, 안동성소, 광주기독 병원 등 6개 의료기관이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광주기독병원선교회 김용욱회장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타격입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드리고자 오게 됐다"면서 "정형외과 쪽의 통증치료가 많은 편인데 기름유출 사고 후 수습과정에서 일어난 후유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60세 이상의 관내 노인들을 위해선 안양시 안경사회대학당 안경봉사단 팀의 지원으로 돋보기안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후 4시부터는 모항에서 현지 주민 3천명을 초청해 무료식사와 더불어 이불을 선물로 나눴다. 무료식사는 1인당 한 장씩의 쿠폰을 지급한 뒤 일부러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했다. 마찬가지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주최 측의 배려였다.

굴 채취업으로 생계를 잇다가 사고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김규자집사(파도교회)는 "이렇게 까지 잔치를 베풀어주실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고맙다"면서 한 봉사자의 손을 덥썩 잡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인근 횟집도 더불어 '싱글벙글'이었다. 군산횟집을 경영하는 남의순씨(62세)는 "사고 후 3개월 동안 기름냄새 때문에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간의 아픔을 설명하며 "교회 덕분에 매출이 평소보다 2~3배나 올랐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사생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대부분 어부가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모습과 형형색색의 각종 물고기들이 바닷속에서 노니는 모습 등 깨끗해진 태안 바다를 그려냈다.

정지선 양(백화초 5)은 "날개가 달린 물고기를 두 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태안에도 내일의 태양이 뜰거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픈 바다가 치료되면 내일은 더 나은 환경이 있을 거라 믿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그림을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검은 눈동자에 태안의 희망찬 내일이 푸르게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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