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굶주리는 지구촌

[ 기자수첩 ]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5월 06일(화) 00:00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어제도요."

입술 주변 진흙을 잔뜩 묻힌 아이가 리포터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이의 오른손에는 우리가 흔히 '달고나'라고 부르는 설탕을 녹여만든 듯한 납작하고도 동그란 모양의 먹을거리가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빛깔이 달랐다. 누런게 아니라 잿빛이었다. 아이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설탕과자가 아니라 진흙으로 만든 과자였다.

얼마전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방영된 남아메리카 최대 빈곤국가 아이티 주민들의 실상이다. 거리에는 여느나라와 같이 번듯한 빵집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의 장터에는 자루 한가득 진흙과자가 담겨 있다. 진흙과자 3개에 우리나라 돈으로 4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곡물 구입은 꿈도 못꾼다. 그나마 저렴한 진흙과자를 구입해 곯은 배를 채우고 있다.

진흙과자는 깊은 땅 구덩이에서 퍼올린 고운 흙과 소량의 마가린, 굵은 소금 조금 그리고 물을 섞어 반죽해 만든다. 햇볕에 동그란 모양으로 펴발라 굳히면 완성되는데, 과자의 원료는 우리가 평소 쓰고 있는 '머드팩(mud-pack)'의 원료이다.

어린이 양육 NGO 컴패션에 따르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일으킨 주민들의 폭동으로 2백26개에 달하는 아이티 현지 센터를 일시적으로 문닫기도 했다. 월드비전은 식량가격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폭등한 탓에 6백50만 명에게 배급해왔던 식량을 올해 1백50만 명으로 감축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는 앞다투어 빵을 사려다 주민들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구촌이 굶주림에 울고 있다. 교회는 지금 누구를 위하여 울고 있는가. '조용한 쓰나미(Silent Tsunami)'라고도 불리는 식량난, 지난해 사학법재개정 투쟁때 보여줬던 한국 교회의 힘을 다시 한번 결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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