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광주지역 첫 교회 송정제일교회

[ 우리교회 ] "주민들이 교회를 '이웃사촌' 이래요"

신동하 기자 sdh@kidokongbo.com
2008년 03월 27일(목) 00:00

1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사회와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는 교회가 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마음문을 굳게 잠그는 것이 요즘 이웃이라지만, 광주 광산구 송정동 주민들과 광주노회 송정제일교회(유갑준목사 시무)는 서스럼없이 도움을 주고받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익숙함을 넘어 당연해져버린 이들의 친근한 교류는 지역교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송정제일교회 전경.
 
4월1일로 창립 1백7주년을 맞는 송정제일교회는 광주지역에 세워진 첫 교회다. 미국남장로교 배유지(Eugene Bell)선교사와 오기원(Clement C. Owen)선교사에 의해 설립됐다.
 
한국개신교 초대교회가 그러했듯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전쟁을 경험하면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민족사랑의 파수꾼이자, 신앙의 절개를 지키는 복음의 전령사로서 지역복음화의 꿈을 실현해오고 있다.
 
지금은 출석교인이 1천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지만, 30여 년 전까지는 자립조차 힘들었다. 1970년 당회록을 보면, 장년 20명에 예산은 29만원이었다. 담임목회자도 60여 년간 30명이 바뀔 정도로 안정적인 여건이 아니었다.
 
그러다 현재 원로인 박관석목사가 부임하며 선교영역을 확대하고 교회를 연이어 개척하면서 1천명 교인시대를 열었다. 지금의 담임 유갑준목사는 2002년 부임해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을 존중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부흥을 계속 일궈내고 있다.
 
송정제일교회가 지역사회와 교분을 두텁게 쌓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민들의 필요조건을 알아냈다는 데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송정제일교회는 지역주민들과 스스럼없는 사이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은 새가족 환영회 모습./ 사진제공 송정제일교회
 
"교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행정력이나 조직력이 아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사람이나 재정, 이벤트 중심이 아닌 인류구원이라는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에 의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유갑준목사가 말하는 교회관이다.
 
지역 빈곤층 수요가 늘면 그에 적절한 구제사역이 뒤따랐다. 바자회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고, 초등학생 급식지원을 대폭 늘렸으며, 기독NGO와 연계해 헌혈과 장기기증에 동참하는 동시에 병원 간병인 봉사에도 참여했다.
 
지역사회에 주차시설이 부족하자 교회 옆으로 매입해 놓은 부지 2백여 평을 주차장으로 꾸며 무료로 개방하기도 했다. 이 부지는 향후 교육관을 겸한 봉사관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유 목사는 "예전에 교회에 주차시설이 부족했을 때 교인들이 인근 주택단지에 차를 장시간 주차하며 주민들에게 폐를 많이 끼쳤다"며 "우리교회는 그 빚을 이제야 갚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의 부재를 토로하는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사회복지 교육과정'을 개설해 교회 내에서 운영할 예정이기도 하다. 올해 세부사업 계획을 확정짓고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인 이 사업은 전주기전대학과 협력해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인들에게는 경건한 예배실천을 통해 하나님의 사명을 온전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돕고, 목회 동역자로 육성해 영적 수준을 계속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목회를 통해 교회는 건강해지고 교인들은 섬김의 실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결실이 맺어졌다.
 
지역사회에서는 교회의 배려를 '큰 일'로 보지만, 교회는 '작은 실천'이라고 말한다. 유 목사는 "행복한 교회, 헌신자 육성, 세상에 소망을 주는 교회를 우리교회의 세 가지 비전으로 삼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정제일교회는 최근들어 해외선교의 지경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볼리비아 등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를 도와 협력선교를 하면서, 현지 신학생을 교육시키고 교회를 건축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유갑준목사.
 
*담임 유갑준목사 인터뷰
송정제일교회 담임 유갑준목사는 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유 목사는 순천지역에서 40년 넘게 목회하다 은퇴한 유은옥목사(전주기전대학 이사장)의 장남이다.
 
유 목사는 한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를 졸업한 후 사무직 회사원으로 지내다 뒤늦게 신학도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우수사원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사표를 내고 목회자로 거듭난 이유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서원기도가 있기는 했지만, 아버지 세대의 어려웠던 목회현실을 보고 자라며 솔직히 목회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러나 세상 일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고 주의 종으로 거듭나는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그의 이력이 목회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주어진 자리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며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묵묵히 실천해 가는 모습 말이다. 그리고 그 성실함을 바탕으로 목회를 결심하며 세운 원칙을 그대로 지켜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많은 성과를 기대하면서 기획하는 계획목회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한주, 일년, 일평생을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하고자 합니다."
 
이런 그에게 아버지 유은옥목사는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다. 유은옥목사는 "직장생활을 접고 만학도로 신학을 공부한 후 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걸어준 것이 고맙다"면서, "생명을 살리는 목회로 총회와 한국교회에 이바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