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내쫓지 마세요" 나섬어린이집 존폐위기

[ 교계 ] 외국인노동자 자녀위한 '나섬 다문화어린이집', 내달부터 정부지원 중단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3월 19일(수) 00:00

   
 
외국인노동자 자녀 13명이 생활하고 있는 나섬어린이집이 올 4월부터 정부지원이 중단돼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제공 신노을교사
 
"선생님, 돈없으면 어린이집 그만다녀야 하는 거예요?"

몽골에서 온 뭉크(5세)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한 교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그 큰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정부 지원이 끊겨 어린이집이 문닫을 상황에 놓였다는 교사들의 대화를 엿들은 모양이었다.

뭉크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그의 이모가 양자로 입양한 아이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가 자녀를 키우기에는 몽골보다 한국이 나을 것 같아 동생의 아들로 입적해 한국으로 보냈다. 그야말로 생이별이었다.

뭉크는 몽골에서 온 지 1주일 만에 '나섬다문화어린이집'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 구석에서만 배회하던 아이가 이제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친구들과 장난도 친단다. 뭉크외에도 자녀들을 이곳에 보내기 위해 최근 세 가정이 인근 주택으로 이사왔다. 부모들은 모두 일용직 근로자다. 용인에서 온 아이도 있다. 당장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이들을 보호하고 매끼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

교사 신노을 씨는 "성경 동화와 말씀을 가르친 덕분에 아이들 마음속에서 이제 막 믿음이 싹트려고 하는데 어린이집이 없어지면 어떡하느냐"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외국인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어린이집이 정부의 지원이 끊겨 한국교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몽골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나섬공동체(대표:유해근)의 나섬다문화어린이집이 재정난으로 사면초가 위기에 놓인 것.

작년 4월 2일 서울 광진구 한 빌라에 개설된 나섬어린이집은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정부에서 1년간 교사들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나섬어린이집의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노동부에서는 지원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4월부터 당장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나섬어린이집의 한달 원비는 타 어린이집의 절반 수준. 형편이 어려운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미취학 자녀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기 때문인데 이 점이 문제로 야기됐다.

현재 나섬어린이집에 소속되어 있는 아동은 총 13명. 3세부터 7세까지 사회ㆍ법ㆍ경제적으로 일반 탁아시설 이용이 어려운 아동들을 10여 명의 교사 및 자원봉사자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돌보고 있다.

나섬어린이집에서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 외에도 동화구연, 미술수업 등 일반 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모든 교육을 병행한다. 나섬어린이집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교사들의 월급여액을 충당할만단 재정이 없는 형편이다. 또한 아동들의 부모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어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방치될 위기에 놓여있다.

나섬어린이집 한경자원장은 "국내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보육비 등을 지원받지만 등록자체가 안된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지원받을 길이 없다"면서 "부모 형편이 어려워 몽골 현지로 돌아가는 어린이들도 있다"고 한탄했다.

나섬공동체 대표 유해근목사는 "더이상 정부에서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면서 "한국교회가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문제에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십시일반으로 협력해 달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10-184-173629(예금주:유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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