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꿈의 세레나데 봄, 희망이 온다

[ 교계 ]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와 올해 첫 입학하는 초등학교 신입생, 그 꿈의 이야기를 듣는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2월 26일(화) 00:00

   
 
제주 성산포에 '봄의 전령' 유채꽃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쏘옥'. 땅 속에서 캄캄한 겨울을 보낸 씨앗이 위로 올라왔다.

'쏘옥 쏙'. 여기저기서 땅을 뚫고 세상밖으로 나온 새싹들이 서로 반갑다며 재잘거린다. 안부를 묻는 모양이다.

농촌은 새 봄을 맞을 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충주시 소태면 가정마을의 김태웅목사(충주은혜교회)는 고추 농사를 위해 모종을 준비하는 중이란다.

"아직은 찬바람이 강하니까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하죠. 스티로폼 박스에 흙을 담고 고추씨를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어 조심스레 심지요. 며칠만 기다리면 싹이 올라와요. 이런 것들이 시골에서 봄을 맞는 풍경이죠."

농부들은 콧등에 닿는 바람 냄새만으로 '모를 심을 때가 왔구나' 고 감을 잡는다고. 벼농사는 4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농민목회자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은 가을 추수 후 논에 호밀을 심는다. 호밀 씨를 뿌려놓으면 이맘때쯤 아이 허리만큼 자라있다.(확인) 자란 호밀은 3월이 되면 갈아 엎는다. 그러면 논 속으로 들어가 천연 거름이 된다. 화학 비료가 필요없는 것이다. 호밀은 촘촘하게 자라고 생명력이 질기다. 때문에 잡초성 풀들이 자라지 못하는데, 이 덕분에 다음해 모내기를 할 수 있게끔 논이 깨끗이 정리된다.

4월이 되면 준비한 모판에 볍씨를 심고, 못자리를 만들어 놓는다. 모내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못자리를 만드는 동안 비닐하우스에서는 어린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논에는 우렁이를 풀어 잡초를 뜯어먹게 한다. 물 속에서 갓 움을 튼 연한 잡초는 우렁이들에게 맛난 진수성찬이 된다. 수면 위로 자란 풀은 억세서 먹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란 모에는 다행히도 해가 없다. 초록으로 물든 볏 잎에는 우렁이들이 까놓은 빨간알이 즐비하다. 이 또한 봄에나 볼 수 있는 싱그러운 풍경이다.

5, 6월이 되면 논에는 푸른 물결이 출렁인다. 농부들은 바람에 일렁이는 연두 빛깔의 벼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 또한 푸르러지는 것을 느낀다. 생명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 농부의 마음은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마치 아이를 키우듯 농부들은 벼가 무탈히 자라도록 몸과 마음을 쏟는다. 이렇게 차근차근, 순서를 하나씩 밟아 나가면 올 가을 노오랗게 익은 벼 속에서 꽉찬 알곡을 얻을 수 있다.

"시골에 와서 알게된 것은 모든 농사가 순서를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뭐든지 순서가 있지요. 논에 물을 댄다든지 모를 심는다든지 다 때가 있어요. 기초가 튼튼히 닦여지지 않으면 몸만 고생하고 소출이 없지요. 농사는 우리네 사는 모습과 같아요. 자신의 목표를 이루거나 사회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기본을 잘 닦아야지요. 신앙생활도 물론이고요.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매어 쓸 수 있나요? 기본을 잘 지켜나가는 봄이 되서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으시길 바래요."

'개골개골'. 봄이 되면 시골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봄 내내 초저녁부터 줄기차게 우는데 한밤중이 되면 중구남방으로 들리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하나로 모아진다. 합창을 하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 또한 시골에서 향유할 수 있는 봄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봄을 앞둔 설레임은 8살 꼬마 숙녀의 마음속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올 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파장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김민지 양. 이제 막 깎은듯 뾰족한 연필이 가지런히 필통에 꽂혀있다. 예쁜 가방도 준비했다.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모양으로 골랐단다. 민지는 요즘 영어공부에 푹 빠져있다. 2008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부터 영어교육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알파벳이 빼곡히 적혀있는 공책 속엔 민지의 꿈이 담겨있다. 장차 스튜어디스가 될 거란다. 학교가니까 좋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수줍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입학소집일에 만났던 친구들과 선생님이 생각나 웃음부터 나오는 모양이다.

봄. 어떤 이는 갓 태어나 따사로운 봄 햇살을 느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맞는 봄 향기에 감사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 새해가 열리며 결심했던 모든 각오들은 벌써 작심삼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은 꿈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 열매를 소원하며 볍씨를 심는 농부와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교 1학년 생처럼 설레임 속에서 봄을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느리게 걷더라도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나가면 머지않은 미래에 원하는 결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섣부른 낙심으로 푸른 꿈을 짓밟기보다 갓 움을 튼 새싹처럼 그대의 봄이 희망가운데 피어나길. 봄은 꿈의 세레나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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