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8백회 수요외침

[ 교계 ] "나도 대한민국의 딸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할머니 개탄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2월 20일(수) 00:00

8백차 수요시위가 열린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 자리를 지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윤미향, 이하 정대협) 회원들이 이날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할머니에게 희망을' 글자가 적혀있는 '희망 나비'를 붙이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짧은 교복 치마에 흰 다리를 드러낸 여학생들, 무언가를 촉구하는 듯한 일본어가 쓰인 흰색 천을 가슴에 매단 일본인, 그리고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파가 자리를 지켰다. 출입자를 촬영하기 위해 일본대사관 입구에 설치돼 있는 감시카메라는 매주 수요일마다 그랬듯 이날도 수요시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17년전 당시 수요시위에 참석했던 할머니들의 모습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정대협 강주혜 사무처장이 운을 뗏다. 상처와 한을 가슴에 안은 채 먼저 떠난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이 이어지고 참가자 일동은 일본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로 정의를 외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할머니(81세)는 "내 나이 63세에 처음 시위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수요시위에 나오는 것이 슬펐지만 지금은 기쁘다"면서 "여러분들이 우리를 위로해주고 우리의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용수할머니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일본에 대해 과거 사죄 및 배상요구를 안한다고 발표했는데 대통령당선자라면 이 나라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시켜줘야 할 것이 아니냐"면서 "나도 대한민국의 딸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령에 노환으로 다른이의 부축없이는 거동도 힘든 피해자 이순덕할머니(92세)는 "빨리 빨리 (사죄 배상) 해야지. 우리 죽기 전에 해야지"라는 말만 되뇌였다.

피해자 박옥선할머니(84세)는 "그래도 너무 고마워. 사죄받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라며 한 참석자의 손을 꼬옥 쥐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하려고 학생들과 함께 전남 강진에서 올라온 최루미교사(늦봄문익환학교)는 "아이들이 수요시위에 올 때마다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일본이 지리하게 끌고 있는 이 역사적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일본에서 온 쿠노 아야코 씨(68세ㆍ일본군을 위한 성적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모임)는 "정대협이 8백 번이나 수요시위를 전개했는데 이때까지 사죄 안한 것은 일본이 야만스럽다는 것"이라며 "후쿠다 총리는 빨리 사죄하라"고 호소하면서 일본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성명서 낭독 후에 평화를 염원하며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나비무늬 종이를 붙이는 공동 퍼포먼스로 막을 내렸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일본의 우익흐름을 아시아가 눈감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방조하는 것"이라며 "일본에 사죄 배상 촉구했던 결의안들이 올 한해 어떻게 결실을 이룰 수 있을지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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