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골짜기가 돋우어질 때까지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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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20일(수) 00:00

허 정 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ㆍ법환교회 집사

이 시대의 성도들은 무엇을 꿈꿀까? 이곳 제주에서는 교회의 빈자리들이 가득 채워지는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이제 간절한 기도가 되고, 믿음이 되고, 제주선교 1백주년의 실천으로 이어져 온 교회와 성도들이 전도에 전력하고 있다.
 
이러한 간절한 제주 기독교인들의 염원 속에 어느날 필자에게도 교회의 빈자리들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들을 채우는 게 마치 사명처럼 다가오면서 '전에 학생들을 모집하러 다니던 열정의 십분의 일만 전도에 쏟는다면, 비어 있는 곳들을 채울 수 있을텐데'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과거 지역의 조그만 사립대학에서 갓 만들어진 대학원을 맡았을 때에는 내게 주어진 일의 대부분이 CEO과정 원생들을 모집해 오는 일이었다. 나는 서귀포의 가장 번화한 거리로 나가서 제일 멋진 건물을 골라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의 이름으로 지역의 유지들을 초대했다. 그렇게 해서 몇 사람이 확보되면, 그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을 끌어들였다. 그러한 성공적인 낚시 경험이 빈자리를 보자마자 '사람 낚는 어부'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는 분명코 피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예수님의 어부가 되기 위해 거리로 나가보지 못하였다. 그러니 교회에서도 이 부담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오죽하면 점심을 이유로 지역유지와 교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전도를 도모하여 보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교회의 후미진 자리를 딱 한 번 채워주고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아직 시작하지도 못한 낚시질 때문에 올해도 내 마음은 무겁게 짓눌리고 있다. 그래서 전도의 꿈을 꾸고, 묘수를 꾀해 본다. 어떻게 빈자리를 채울 것인가? 마태복음 22장에 보면, 혼인 잔치를 베풀어 손님을 초대한 임금의 비유가 나온다. 아끼는 소와 살진 짐승을 잡아서 성대한 잔치자리를 준비한 임금이 종들을 보내어 중요한 사람(VIP)들을 초대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초대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저마다 밭으로, 시장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화가 난 임금은 사거리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모두 혼인잔치에 초대하기로 하였다. 결국 잔치자리는 거리의 손님으로 가득 차고 넘치게 되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천국의 원리이다.
 
이 원리에 근거해서 나는 요즘 '새로운 전도 방법'을 꿈꾸어 본다. 초대장을 받을만한 사람들, 적어도 집이 있고 이름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집도 이름도 없는 거리의 사람들을 모두 교회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른바 노숙자, 실직자, 방랑자들을 초대하여 교회의 앞자리를 채워가는 전략이다. 공직에 여성을 할당하고, 직장에 장애인을 배치하는 것처럼, 교회에도 저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수님이라면 그들에게 한 두 끼의 식사가 아니라 영원한 하늘양식을 제공하지 않으실까?
 
이모저모로 천국잔치를 그려보는 제주에서는 요즘의 서울 교회들이 자꾸만 멀게 느껴진다. 교회가 출세의 관문처럼 비춰지고, 교인들이 특수계층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쩐지 마음에 씁쓸함이 감돌면서, 서울의 예수님도 쓸쓸하실 것처럼 느껴진다. 문득 이사야서 40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위로를 생각해본다.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는 예언을.
 
어쩌면 우리 교회에서도 낮은 자가 높아지고 높은 자가 낮아져서 하나의 길처럼 되지 아니하면, 정작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요원한 꿈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곳에 거하시므로 그 분을 초대하려면 무엇보다도 낮은 곳을 돋우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사야서의 실현을 갈망하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평탄하게 된 길을 따라서 주님께서 오시기를, 그리하여 나라 안의 불협화음이 아름다운 형제애의 교향곡으로 바뀌기를 꿈꾸었다. 그의 꿈이 온전히 이루어진 지금부터는  이곳에서도 복음화의 파도가 자유롭게 물결치기를 소망해본다. 제주의 골짜기들이 돋우어져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마침내 복음의 물결로 온 섬이 정결하게 씻겨지기를 꿈꿔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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