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바로 세우는 목회

[ 목양칼럼 ] [목양칼럼]이만규목사/2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8년 02월 13일(수) 00:00

목회 현장에 별별 일이 다 있고 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지난 주에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 교회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창피하다. 지난 주에 동네에 사시는 어떤 아주머니가 교회에 찾아와서 '교회가 그럴 수 있는냐?'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내용인즉 지난 해 어떤 분으로부터 교회를 나오라는 말과 함께 선물을 받았는데 최근에 어떤 여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교회 안 나오려면 그 때 받은 선물 값을 몇 배로 물어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아마 교회의 책임 있는 사람이 그런 전화를 한 것으로 생각하여 교회에 항의를 한 모양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교인 중에 어떤 분이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갚지 않아서 지탄을 받는 분이 있고, 모자라는 언행으로 교회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교인들이 더러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다. 

이런 보고를 받는 목회자의 마음은 정말 참담하다. 사람을 살리고 세워서 아침해가 떠오르는 땅을 만들자는 우리의 노력을 무위로 돌아가게 하는 반 선교적 행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성도를 세우려는 목회적 노력이 얼마나 무력한가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다. 사실 우리교회는 지난 몇 년간 CI(Church Image) 사역이라는 명목으로 지역 사회속에 교회 이미지를 바로 세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역사회 학생들을 위하여 연간 억대에 가까운 장학금을 지급하고, 매주 토요일 나눔 장터에 나가서 수 천 잔의 커피를 나눠주고, 독거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청년비전센터나 사회봉사센터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섬김, 그리고 교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 개발을 선도하는 일 등으로 나름대로 지역에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금년에는 우리 이웃을 예수님의 가족으로 만들어 '아침해가 떠오르는 땅'(하나님이 통치권이 행사되는 영역)을 세워나가려는 야심찬 계획으로 새해를 시작했는데 실망스럽고 아쉬운 일이다.

어느 목사님의 설교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교회 옆에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게 주인은 최근 그 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설교를 너무너무 잘 한다고 가게에 오는 손님마다 붙잡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손님이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이번 주일에는 그 목사님이 무슨 설교를 했습니까?" 그러자 주인은 "글쎄요, 무슨 설교를 했는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하고 대답을 했다. 손님은 어이가 없어서 "아니 지금까지 설교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 왜 그 목사님이 설교 잘한다고 그렇게 칭찬을 했습니까?" 그러자 그 가게 주인은 "그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전에는 외상값을 제때 갚지 않는 걸 예사로 알더니만, 그 목사님이 새로 오신 다음부터는 외상값을 아주 잘 갚지 뭐예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교회 교인들의 행동을 보면 그 교회 목사의 설교를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참 설교를 못하는 목사인가 보다. 아무리 교인이 많이 나오고 아무리 많은 사역을 해도 사람을 바로 세우지 못하는 목회는 실패이고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설교는 실패한 설교일진데 나야말로 그런 류의 목회자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모두가 다 완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교인들은 더욱 더 온전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진 나의 동역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성도들의 수준 높은 삶을 통하여 내가 수준 높은 설교자로 지역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인들이 교회를 열심히 섬기도록 가르치기 보다는 세상을 열심히 섬기도록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그들이 교회에서 보다 세상에서 빛이 되게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신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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