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이제 좀 조용히 예수 믿읍시다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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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30일(수) 00:00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우리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흔히 불 수 있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비난, 소위 '안티(Anti)-기독교운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놀라운 일은 우리 기독교에 대한 이같은 비판을 넘어선 비난과 매도는 비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간혹 '목사'라는 사람들까지도 가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기독교는 '개독교'이며 목사는 '먹사'로 불리워진다. 기가 막힌 일이다. 우리 기독교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어떻게 하다가 '먹사'가 되었는가. 내가 남들보다 무엇을 더 먹었기에 나보고 먹사라고 하는가.
 
하기야 목사가 된 후 지금까지 36년간 예수 때문에 먹고 살았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더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만은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는 일이니 유구무언이다. 그래도 자꾸 억울한 생각이 든다.
 
일제 강점기엔 그래도 우리 기독인들이 앞장서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는가.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농촌 계몽운동도 하고 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고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보아 주었다. 우리들이 직접 겪었던 군사독재 시절엔 우리 교회만큼 처절하게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고 희생한 사람이 누구인가. 경제개발 속에 억압을 당하며 설움을 겪던 노동자들, 도시 빈민들, 농민들 곁에 달려가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그러다 다시 빨갱이로 몰려 매맞고, 감옥에 가고…. 교회 말고 누가 그렇게 했는가. 저들이 비판하는 '개독교' 그리고 '먹사'들이 한 일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민주주의, 노동운동, 농민운동을 논할 때 교회의 역할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밖에도 최근에 이르러 통일운동에도 교회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모든 일에 기독교 성직자들이 맨 앞에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교회를 향해 개독교로, 온갖 고난 속에 평생을 살아온 목사들까지 다 싸잡아 먹사로 매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이 모욕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욕하는 사람들, 그들은 과거에 무엇을 하던 사람이며 그들이 속한 단체는 이 고난의 민족 역사 속에서 무슨 역활을 해온 단체인가. 그들이 우리교회를 향해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떳떳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인가를 생각하면 억울하기로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 저들이 왜 저토록 우리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덤벼드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교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일부 대형교회의 세습, 교회재정의 불투명, 일부 목회자들의 윤리적 탈선등이 빌미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상은 변하는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독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목사인 나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생각되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기독교의 위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위기는 쉽게 지나갈 것 같지 않다는 데 걱정이 있다.
 
우리 기독교 안에서 각종 각성운동, 회개운동, 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집회도 열고 회개운동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많은 일들이 오히려 비난거리가 되어지니 기가 막힌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교통법규를 잘 지킬 자신이 없으면 제발 교회버스나 봉고차에서 교회 이름을 지우자. 이제 그만 역도 경기장, 월드컵경기장 몰려다니지 말고 각 교회에서 조용히 기도하자. 주일예배와 새벽기도회 때 교회차를 운행해 교인들 실어 나르는 것도 중지하고 가까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라고 하면 안 될까. 이젠 찬송도 드럼과 전자기타를 동원해 요란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가슴으로 부르며, 교회마다 밤새 환히 켜져 있는 십자가 종탑의 불을 좀 끄면 어떨까. 이사 오는 사람을 서로 자기 교회에 등록하려고 끌어당기는 볼썽사나운 교인쟁탈전을 이젠 그만두면 어떨까.
 
이제 조용히 예수를 믿어보자. 세상 사람들이 "예수 믿는 사람 요새 어디 갔느냐"고 우리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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