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제주 위해 기도하는 제주사랑선교회

[ 아름다운세상 ] 선교 1백주년 앞두고 작은 교회들 부흥 염원, 목회자 40여 명 기도로 하나돼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1월 02일(수) 00:00

'아이 러브 제주(I love Jeju)'를 외치며 제주 사랑에 각별한 목회자들이 있다. 제주지역에서 교회를 시무하며 초교파적으로 모인 목회자들의 모임 제주사랑선교회(회장:고남수, 이하 제사선).

   
 
지난 22일 모임을 가진 제주사랑선교회 소속 본교단 목회자들이 '제주 사랑'을 의미하는 카드를 들고 제주 선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유배당한 이들이 삶을 연명하다 죽어간 유배지, 수천여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던 제주 4ㆍ3사건 등 뼈아픈 과거를 몸 담고 있는 제주도민들을 사랑으로 품기 위해 제주지역 목회자들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제사선 회원들은 우선 모이기를 힘쓴다. 지난 2002년 3월 19일 창립한 이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월요일마다 모였다. '우천불구, 폭염불구, 강설불구'에도 모인다는 제사선의 표어가 그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14명의 목회자가 창립총회를 갖고 시작된 제사선 회원은 현재 46명으로 불어났다. 교파에 상관없이 제주민들을 사랑하고 함께 고민하기 원하는 목회자라면 누구나 가입 '오케이(OK)'란다.

제사선의 모임은 각자가 중보기도 제목을 내놓고 합심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도제목은 각 교회의 중대사부터 시작해 성도들의 개인적인 고민까지 다양하다. 언뜻보면 으레 하는 목회자들 모임의 고정 순서 같지만 기도 응답률이 꽤 높다.

장혜숙목사(상창교회)는 "제사선 목회자들의 중보기도 덕분에 간경화로 병세가 위중하던 한 권사님이 병을 치유받는 기적도 나타났다"고 했다. "기도응답이 잘 돼요. 교세가 비슷하니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다 보면 공통점이 많죠. 어려운 문제를 나누고 기도하면서 위로를 받아요. 회복과 치유가 되는 끈끈한 모임이죠."

'목회 현장이 건강한 교회'가 바로 제사선 회원들의 지향점이기에 중보기도는 언제나 모임의 맨 우선 순위다. 배순옥목사(신산교회)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실을 만들고 싶다고 기도제목을 말하니 목사님들이 이곳저곳에서 책을 가져다 주셨다"면서 "기도 제목을 말하자 마자 바로 응답되는 경우도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주 지역 목회자들로 구성된 '제주사랑선교회'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모임을 갖고 제주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며 교회 간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보기도 외에 신학 및 영어공부도 활발히 행해진다. 현재는 조직신학을 주제로 2시간정도 신학공부 모임을 갖고 있다. 또한 한 주간의 스트레스와 잡념을 날려버리기 위해 오후 프로그램으로는 축구대회를 마련한다. '더존(The Zone)'이라는 이름의 축구팀도 결성했다. 운동에 취미가 없는 목회자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등 문화체험을 한다. 때문에 단조로운 생활이 반복되는 제주에서 제사선에 소속된 목회자들에게는 모임 자체가 영적 육적 행복지수를 높이는 엔돌핀이다.

제사선 초대 회장 서성환목사(사랑하는교회)는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동기에서 모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제주지역 목회자들이 연합해 기도하자는 취지로 기도모임을 만들었어요. 제주 시골교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주일학교 교사와 어르신을 섬기는 봉사인력인데 육지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목회자 개인의 힘으로는 어려웠죠. 때문에 육지 선교단체와 교섭하기 위해 기도하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결성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제사선을 통해 재정이 어려워 부교역자를 청빙하지 못했던 다섯 교회가 소망교회(김지철목사 시무)의 지원으로 사례비 50%를 지원받게 됐다. 올해부터는 영은교회(고일호목사 시무)를 통해 두 교회가 더 지원받게 될 예정이다.

또한 소망교회의 지원을 받아 8백명에서 1천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무(無)교회 마을에 교회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제사선 회원들은 직접 발로 뛰며 탐문조사를 벌였다. 통계청과 연결해 연구조사를 행하기도 했다. 제사선 회원 목회자들이 제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점도 무교회 마을을 찾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찾아낸 무교회 마을이 조천읍 신흥리, 애월읍 고내리를 비롯한 총 열 세 마을. 이 중 한 지역에 올해 중으로 목회자를 파송하고 교회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나머지 지역에도 육지에 있는 중대형교회와 후원 연결해 교회를 지어나갈 예정입니다. 무교회 지역에 교회를 세우는 것이 저희 선교회의 또 다른 목표죠." 제사선 회장 고남수목사(제주땅새롬교회)는 "현재 목회자 선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중"이라며 "파송된 목회자는 그 마을에 들어가 거주하면서 지역 내에 교회 세우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신학동향을 얻기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제사선에서는 1년에 네 차례 일일세미나를 마련해 제주지역 목회자들을 자비량 지원으로 초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명한 신학자들을 초청해 총 17회 진행했는데 이번 달에는 정용섭목사(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가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제주사랑선교회 회원들이 기도시간에 활용하는 지도. 교회가 없는 마을과 지역 현황 등이 표시돼 있다.
 
일일세미나와 더불어 1년에 한차례 3박4일 또는 4박5일간 한 학기 분량의 신학 강의가 전개되는 집중세미나, '제주 괸당문화와 제주 선교' 등 다양한 토픽을 중심으로 마련하는 심포지엄, 타종교 또는 각 분야의 대가를 초대해 대화를 갖는 이야기 마당 개최도 제사선 회원들의 주된 몫이다. 이같은 신학 활동은 섬 특성상 육지보다 다양한 학술모임에 참여하기 어려운 제주지역 목회자들에게 신학적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제사선의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2005년 10월에는 같은 섬 지역으로 한때 80%라는 놀라운 복음화율을 보였던 울릉도 교회를 방문해 복음화 모델을 연구했다. 또한 2006년에는 '종교개혁과 영성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독일, 프랑스, 체코 등을 방문하며 연구여행을 벌이기도 했다.

제주 선교 1백주년이 되는 올해, 제사선의 비전은 현재 모임을 꾸준히 이끌어 나가는 동시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선교사업을 충실히 병행하는 것이다. "제주지역 내에 3백60개 정도의 교회가 있는데 이중 교인이 백명 넘는 곳은 10여 퍼센트에 불과해요. 나머지 3백교회는 백명 미만이죠. 작은교회들이 부흥되는 것이 선교 1백주년을 맞는 제주에 가장 필요한 과제인 셈이죠."

회원 목회자들 대부분이 젊은 층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제사선은 푸르고 싱그럽다. 제주의 푸른 목회자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 현실속에서 이뤄지는 그 날, 제주 전역에 복음화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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