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장로 대통령과 기독교

[ 논단 ]

차유진 기자 echa@kidokongbo.com
2007년 12월 28일(금) 00:00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선거가 끝이 났다. 본 교단 소속 소망교회의 시무장로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물론 장로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승만, 김영삼 장로에 이어 세 번째이다. 그러나 현직 시무장로가 대통령이 된 것은 처음이며, 특히 본교단 소속 장로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 기독교인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가 소속된 본교단으로서는 기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말 이 일이 기쁘고 자랑스럽기만 한 일인가.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들 모두는 기쁨도 잠시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명박 장로가 잘 해주기를 바라고 또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약 역대 대통령들처럼 국민들에게 지탄받는 대통령이 된다면 틀림없이 우리 교회도 그와 같이 국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조롱거리가 될 것이 뻔한 일일텐데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짐을 부인할 길이 없다.

이제 이명박 장로와 우리는 싫든 좋든 별 수 없이 한 배를 탔구나 우리교회의 책임이 크구나! 우리들 교회가 잘 해야겠구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도, 교회의 권위를 위해서도 이명박 장로가 잘 해주어야 하고 우리들 모두가 이명박 장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기 위하여 그가 온 국민들이 존경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그를 위해 기도하고 도와야 할 것이다.

특별히 그의 소속교단인 우리들이 이 일에 책임 있게 앞장서야 하리라 생각한다. 무엇으로서 도울 것인가.

첫째로 우리 기독교는 장로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그에게 무슨 덕을 볼 것이다 하는 생각을 일체 버려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기독교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어려운 현안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사학법 문제, 교회 건축 때 내야 하는 무거운 세금 등이 그것이다. 이제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런 문제들이 교회가 원하는 대로 잘 해결 되겠지 하는 기대를 우리가 가질 수 있고, 또 장로대통령에게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처음부터 아예 접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일하는 것이지 '장로'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둘째로 이명박장로와 가까운 사람들 그가 대통령을 하는 5년 동안 뒤로 물러가 얼굴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명박 장로와 친한 사이다, 측근이다, 나는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하고 설치고 다녀서는 안된다. 더구나 대통령과의 가까운 관계를 내세워 줄서기를 한다든지 이권을 챙긴다든지 거들먹거리며 행세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 내에서 그에게 반대했던 사람을 앞장세우고 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우리들은 뒤로 물러나 조용히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그를 도와야 되리라.

셋째로 이명박 장로가 지금 굳은 각오를 가지고 국민들의 지지 속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도 연약한 사람인지라 잘못된 길로 갈지도 모른다. 이때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고언해야 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다 하겠다.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쉬워도 듣기 싫은 직언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가 이 일을 해야 한다. 늘 애정 어린 충고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비판자, 감시자가 우리교회이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우리 교계 인사들 가운데는 이명박 장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된 것이 민주주의 종말이라는 등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일이라는 등의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자기만이 옳다라는 자기도취적 교만이다. 이명박장로에 대해서는 국민이 이미 심판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혼자서 아니라고 거스리는 오만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국민들이 왜 이명박 장로를 반대하는 자신들을 이처럼 호되게 심판했는가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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