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12월 14일(금) 00:00

물 설고 말 설은 이국 땅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아가는 이주 여성들. 순천남부교회는 '한글교실'을 열고 이주 여성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은 한글교실 학생들.

"학교에 다닌지는 1년 조금 넘었어요. 영어도 같이 배우는데 정말로 재미있어요. 남편과 대화가 통하니 마음도 통하더라고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원티 투이렁 씨(24세). 투이렁 씨는 매주 화，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순천남부교회에서 진행하는 한글학교의 반장을 맡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일구며 뱃속의 아기와 20개월 된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그녀는 요즘 한글 배우는 재미에 쏙 빠졌다고 한다.

"결석한 적은 거의 없어요. 친구도 많이 사겼고 선생님들이 항상 우리를 도와주고 신경써주시니까 더욱 열심히 하게 돼요."

순천으로 유입되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글수업을 개설한 순천남부교회(박병식목사 시무)는 올해로 그 사역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6년째다. "교회의 영어예배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도 알릴겸 2002년부터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런데 2003년이 되자 순천지역에는 이주여성들， 특히 필리핀 여성들이 월등히 많아졌어요. 때문에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을 다 포함시켜 한글학교를 개설하게 됐죠."

순천매산고등학교의 교사이기도 한 순천남부교회 문왕철장로는 2003년 3월 4일， 같은 학교 교사들과 함께 '순천 외국인 한글 수업 연구회'를 설립하고 전라남도교육청 교과교육연구회에 등록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해 4월 연구회는 순천 중앙서점 3층 세미나실에 보금자리를 틀고 첫 한글 수업을 시작했다. 개최 당시 출석인원은 4명. 하지만 연구회의 사역이 점점 무르익어가며 현재는 1백4명으로 불어났다. 인원이 늘면 수용할 교실도 필요한 법， 매산고등학교와 효천고등학교에서 교실을 빌려줬고 2006년 베트남 여성들이 순천으로 유입되면서 순천남부교회의 교육관에 베트남관을 열게 됐다. 그렇게 해서 현재 순천남부교회는 베트남， 매산고는 필리핀， 효천고에서는 캄보디아 태국 몽골 중국의 이주여성들이 한글 공부를 하고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온 원어민들은 도심 내 중앙서점에서 모임을 갖는다.

한글수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왕철장로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고 생소한 한국사회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글학교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이주여성들이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수업 내용이 알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교사뿐만 아니라 정년퇴임한 교장，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주부들이 한글학교 교사로 활동한다. 또한 교재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와 시중에 나와있는 한글교재 '서바이벌 코리안(Survival Korean)'을 보다 쉽게 각색한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동남아 이주여성과 자녀들을 위한 수학교재도 발간했다. 교재를 필요로 하는 이주여성들에게는 무료로 배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순천갈대축제에서 이주여성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필리핀， 베트남 음식을 소개하고 순천평생학습축제에 참여해 한국동요를 부르기도 하는 등 이주여성들과 서로의 문화를 공감하기 위한 교사들의 열띤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 장로는 한글 수업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주여성들을 위해 음식， 미용， 제과제빵 등의 직업양성과정을 곧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장로는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학교 사역은 사명감을 갖고 헌신해야 하는 일"이라며 "점점 늘어가는 이주여성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 지교회 및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관심을 갖고 이주여성을 위한 선교 사역에 매진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순천매산고에서 평생학습교육으로 행해지는 '순천 외국인 한글 수업 연구회'는 교육청 및 서울교육평가원 시범 수업에서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지난 5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