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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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2일(수) 00:00

   
 
 
이 만 식
장신대 교수ㆍ사회복지 전공

필자는 지난 두 편의 논단에서 한국 교회의 위기와 평양 대부흥운동 다시보기에 관한 생각을 독자들과 나누었다. 그러면 2008년도 새로운 부흥 1백주년을 앞두고 있는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일을 우선순위로 잡았다.

첫째는 교회가 세상의 불신자들과의 접촉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침체의 근원에는 개신교인들이 불신자들을 믿지 못하고 상대하지 않는데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긴 역사 동안 세상과 복음 사이에 쌓여진 이러한 높은 벽을 허물어뜨리며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접촉점을 늘려가는 데 있다. 사회복지나 이웃봉사에 좀 더 관심이 있는 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실시함으로써 세상과의 접촉점을 넓혔다. 교회의 주차장을 지역에 개방하거나 도서관과 컴퓨터실을 개방해서 이웃들에게 서비스하기도 하고, 또 공부방이나 독서실을 설치해서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는 성도들이 교회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학업에 도움을 주는 경우들도 있다. 또한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해 저렴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를 여는 교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회의 시설들과 교인들을 통한 이러한 봉사는 해당 지역사회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개발하여 세상 사람들이 직접 교회를 찾아와 만남의 접촉점을 만들고, 동시에 그들이 교회에 대해 가졌던 그동안의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둘째는 여신도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개신교가 1970~80년대에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여전도회를 중심으로 한 여성도들의 헌신적인 기도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높아진 교육열의 결과로 남성 못지않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사회의 두터운 인식의 벽으로 인한 사회 참여의 한계 때문에, 그들의 열정과 지식과 신앙심을 교회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헌신으로 인한 교회 성장은 기대하기가 힘들어졌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더 이상 세상에서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남녀평등의 시대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는 여성도들을 여전히 1970년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성도들에게도 목사나 장로 안수를 주는 형식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아직도 교회 내부에서는 이러한 교회법의 변화에 시큰둥해 하면서 여성도라고 하면 주일날 식당 봉사를 하거나 목사들의 심방에 동행하는 정도의 존재나 가치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여성도들에게 그들의 능력에 맞게 봉사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지체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개신교가 행함이 뒷받침되지 않은 믿음의 관점을 포기하고 '세상을 위한 믿음과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구원공동체인 교회는 '하나님을 위한 교회'일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세상을 위한 교회'이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 곳곳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은 보이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믿음의 사도 바울로부터 우리는 사랑과 섬김의 실천을 강조하는 많은 본문을 발견하게 된다. 율법주의자들과의 신학적인 논쟁 속에서 기록된 갈라디아서나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을 의식하고 서술한 로마서에서 바울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 구원받는 것이 율법의 행위를 통해서나 인간적인 공로를 통해서가 아님을 강조하지만, 고린도의 이방인 기독교인들을 향해서 쓴 편지에서는 그의 강조점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울은 설령 성도들의 믿음이 산을 옮길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전 13:2). 바울이 로마서(13:8~10)에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했을 때 이 사랑은 구체적으로 이웃을 향한 사랑 즉 디아코니아적 사랑인 것이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불신자들과 접촉점을 확대하고, 여성도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지역사회의 약자들을 섬기며 사랑하는 교회로 거듭날 때, 한국교회는 건강해질 것이며 이러한 건강한 교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물리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선교학자 스나이더가 주장하는 것처럼 교인들이 '교회백성(church people)'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백성(Kingdom people)'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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