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캄보디아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 <하>

[ 교계 ] 한국교회 사랑ㆍ나눔,희망의 꽃 피웠다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7년 11월 07일(수) 00:00
【캄보디아 프놈펜=김보현부국장】 현재 캄보디아에서 사역 중인 한인 선교사는 공식 집계에 따르면 1백80여 명을 헤아린다. 정치 사회적 이유로 인해 동남아지역 가운데서 개방이 뒤늦게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빠르게 선교 확산이 이뤄진 지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캄보디아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센터 준공식 참석자들이 함께 둘러본 한아봉사회의 사역 현장은 이곳에 평화와 희망을 정착시키는 일이 가능함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은 롱웽마을에 마련된 학교에서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방문단.
 
본 교단의 경우 다른 교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이 이 지역에 대한 선교와 봉사 활동을 전개해 다양한 현장이 정착 단계에 들어서 있으며 현재 총회로부터 파송 받아 사역 중인 선교사만 13가정으로 파악돼 있다.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일차적으로 프놈펜 시내에 세워진 에큐메니칼디아코니아센터(디렉터:송준섭) 준공식 참석에 있었다. 이와 함께 센터 건립을 주도한 한아봉사회가 전개해 온 나눔과 섬김을 통한 복음의 결실을 점검하고 또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데도 있었다.
 
지난 10월 15일 자정이 가까워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한 한아봉사회 이사 등 회원 교회 관계자들은 다음날 이른 시간에 열린 준공 감사예식에 참석한 데 이어 현지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과 간단한 교제의 시간을 갖고, 기념 세미나를 통해 한아봉사회가 지난 15년 가까운 세월 실천해 온 사역을 되돌아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준공예식 일정을 모두 마친 일행은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프놈펜 시내인 벙레앙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운영해 오고 있는 청소년센터를 방문했다. 한여름에는 극심한 더위로 숨이 막히는 도심 빌딩 옥상층에 주로 거주해야 하는 가정들에게 있어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뜻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이 지역의 건물 일부를 임대해 청소년 공부방을 시작한 이래 매년 학생들의 수가 늘어가고 지역에서의 관심도 높아가고 있는 것. 태국 파얍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케오 세레이 쁘띠 전도사를 중심으로 전개해 온 사역은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 의구심으로 바라보던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이제는 고마움으로 변하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크고 작은 문제에 모두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다.
 
한 해가 다르게 모여드는 이들은 유치반부터 청소년까지 세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수준별 영어 교육에서부터 찬양과 율동 등 다양한 문화 교실 프로그램은 물론 주일에는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신앙 안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 도착하였을 때 길 건너편 적십자사에서 비치는 불빛 이외에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는 거리와는 대조적으로 청소년센터에서는 밝은 형광등 불빛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공부하며 일행을 기다리던 어린이로부터 학생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장된 모습 속에서도 정성껏 준비한 찬양으로 그간 받은 관심과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지난 8월부터 센터 운영비를 지원해 온 경주제일교회 정영택 목사가 센터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로 격려한 뒤 떠나는 일행을 맑은 눈망울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말없이 전송해 주었다.
 
이튿날 방문단은 두 군데의 사역 현장을 더 둘러볼 수 있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고는 하나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도 한국의 한여름 햇살과 같이 따갑게 내려 쬐고 있었다. 숙소를 떠나 버스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로까까옹마을은 한아봉사회의 오랜 사역의 현장. 이날 방문한 곳은 이곳에서 배편을 이용해 더 들어가야 하는 롱웽 마을이었다. 전 세대가 1백 가구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로 행정 당국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던 이 마을에 사역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은 조선말기 만주와 미국 등지에서 고국에 복음 전파를 위해 원했던 복음의 선구자들과 같이 마을을 떠나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롱웽마을 출신 주민의 간절한 기도와 바램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천 변에 도착하니 10여 명 이상이 함께 탈 수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목선 한 척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기가 되면 도로 사정이 썩 좋지는 않아도 차편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는 않을만큼 한참을 뱃길로 올라 도착한 이 마을은 한아봉사회의 사역이 이뤄지게 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실을 맺고 있었다.
 
바울의 꿈속에 나타났던 마케도냐 청년과 같이 '건너와 우리를 도와달라'던 간절한 요청이 지역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열정을 갖고 헌신한 선교사와 한국교회의 지원 그리고 현지 사역자들의 협력이 어떻게 마을을 변화 시켰는지 둘러보는 발걸음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집집마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어서인지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낯선 방문객에 놀라 시끄럽게 짖어대는 검정개들을 단속하는 모습과 작은 소란에 아랑곳 않고 풀을 뜯고 있는 흰소들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좁다란 마을 길을 지나 도착한 학교 입구는 온통 습지였다. 임시로 마련한 다리를 건너 들어선 매일 비가 쏟아지는 우기가 되면 도로까지 침수되기 일쑤인 대부분의 지역과 같았던 이곳에 지역 개발 사업의 첫 출발은 대지를 돋우고 주택과 건물을 개량하는 사업부터 시작되었다.
 
학교 건물 울타리 내에 세워진 세 건물마다에는 1백 가구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많은 숫자의 어린이들이 모여 선생님과 함께 칠판의 글자를 따라 읽으며 한편으로는 방문객들을 살피느라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들이었다.
 
현지 출신의 마을 개발 코디네이터인 쏨 쭈언 짠시와 처음 한아봉사회에 도움을 요청해 이제는 교회의 제직이 된 똥 루어집사와 정규 교사 등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학교는 현지의 형편에 적응하며 아이들의 밝은 표정만큼이나 확실한 희망 속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학교 인근에는 롱웽 마을 속에서도 제 집 한 칸 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평화마을이 아담하지만 질서 있는 모습으로 세워져 있었다. 우기에 물에 잠긴 습지가 조금씩 모습을 들어내면 논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습지의 일부를 역시 돋우어 다락집과 같은 형태의 주택을 청북, 염산, 평광교회와 번동제일교회의 재정지원과 청년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건립한 것. 마을의 이름과 같이 새로운 집을 갖게 된 주민 가정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함께 가정 내에서의 폭력도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이 마을에 입주한 뒤 처음 태어난 어린 생명을 만날 수 있어 방문의 기쁨은 두 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끄로다스 마을이었다. 신도교회(김종용목사 시무)의 지원으로 세워진 유치원에는 수업이 끝났는 데도 남아 방문객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건물 증축을 위해 공산 중인 인부들이 작업 중에 일행을 맞았다. 넓은 운동장과 규모 있는 교육 시설은 3천 명 주민들이 오가는 마을 입구에 세워져 연못 위에 세워진 작은 돌십자가처럼 말없이 복음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을 느끼게 해주는 거대한 프로젝트나 해외에서의 대규모 행사 등과 비교해 이곳 캄보디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아봉사회의 지역 개발 사역은 어떻게 보면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방문하는 현장마다 공통점이 있다면 지역의 필요에 적절히 조화된 사역들이 현지인들의 주도적 참여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한 직설적으로 복음을 주입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오는 개인들이 늘어가고 때로는 마을 전체가 변화되고 자신들의 부락이 자연스럽게 신앙공동체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bhkim@kidokongbo.com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