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주부편지, "가정회복 위해 달린다"

[ 아름다운세상 ] "짧은 글 속에 기도와 사랑 담아요" 1989년 창간, 봉사자들 헌신 통해 19년간 한번도 휴간 안해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11월 01일(목) 00:00

   
 
최근 발행된 11월호 주부편지.
 
"고등학생인 외아들을 둔 주부예요. 제 아이는 입양을 한 자식입니다. 제가 아기를 낳을 수 없거든요. 세 식구가 평안히 잘 살고 있었는데, 아이가 얼마 전 저희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의 방에서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로 방황하는 내용의 글을 읽었거든요...(중략)"
 "어차피 알게 된 이때에 눈치 보며 전전긍긍해 하기보다는 아드님과 함께 솔직한 대화를 나누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입양을 하게 된 동기와 지금까지 부모와 자식으로 어떻게 지내오고 있는지 상기시키고 아들로 인해 부모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표현해야겠지요. 상처를 얻었을 아드님에게 지금까지처럼 부모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임을, 무엇보다도 사랑 받는 귀한 존재임을 인식케 하게 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중략)"
 -주부편지 2007년 7월호 제221호 <쓴물을 단물로> 中

1989년 3월. 어른 손 크기만한 연주홍 빛 소책자가 탄생했다. 이 책은 많은 주부들을 일깨우고 다시금 가정을 회복하도록 만드는 조력자가 됐다. 이혼 위기에 놓인 한 주부는 이 책을 읽고 울고 불며 남편에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또 바닷가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던 한 주부는 지나가던 목회자가 전해준 이 책으로 생명을 구원받았다. 올해로 19년째, 내년이면 스무 해를 맞는 이 책의 이름은 주부편지(발행인:박강월). 이제 주부들에게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친구이자 멘토가 되어버린 작은 영웅이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위치한 그루터기교회(최용성목사 시무) 2층. 30여명의 여성들이 둘러앉아 주부편지 발송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은 10월의 셋째 주 목요일이었다. 주부편지 책자를 만드는 한국기독여성문인회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작업은 19년째 변함없이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 그루터기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지구촌 곳곳에 있는 주부들에게 주부편지를 발송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까마득하네요. 주부편지랑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는지. 어느 날 기독교방송에서 주부편지를 발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이거다 싶어 찾아오게 됐어요. 그때부터 매달 한 번씩 봉사하고 있죠." 자신을 '주부편지 자원봉사자 1호'라고 밝힌 김명자권사(63세, 영락교회). 김 권사는 주부편지를 읽고 직접 자신의 가정이 변화되는 사건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오늘 여기 오는데 안국역에서 한 여성이 자살을 했어요. 누군가 그녀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이 주부편지를 건넸더라면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직도 심장이 아파요. 주부편지가 살아있는 편지가 되도록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곳에 전해야겠어요." 문인회 회원 수필가 이진화집사(일산충정교회)는 주부편지가 나오는 날이면 지인들에게 메일이나 팩스로 주부편지를 꼬박꼬박 전달하고 있는 일명 주부편지 전도사다.

주부편지는 초대 발행인 소설가 정연희권사(그루터기교회)를 비롯해 기독교여성작가들이 모인 기독여성문인회로부터 시작됐다. '하나님 안에서 이땅의 주부들이 변화되면 가정이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는 공동의 뜻을 갖고 만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의 휴간없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주부편지. "스캔들 기사나 허영심을 자극하는 여성잡지들은 수십 개씩 널려있는데 진정한 메시지가 담긴 여성 책자는 하나도 없더라"며 주부편지 초대 발행인 정연희권사가 발행 동기를 밝혔다.

   
 
발송만을 기다리고 있는 3만5천부의 주부편지 책자들.
 
"나라도 국토도 없던 이스라엘이 2천년 만에 어떻게 모여들었겠어요? 이 결집력은 내가 보기에는 어머니예요. 모세오경을 아는 지혜로운 이스라엘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품에 안고 역사를 들려준 덕분이죠. 겉보기에는 초라해도 주부편지가 여성들의 영혼의 길잡이가 된다면 하나님을 영화롭게 만드는 소식지가 될겁니다."

주부편지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기독여성문인회 회원들은 호암아트홀 대공연장에서 1987년, 1988년 두 해에 걸쳐 '이 민족을 주소서', '하늘의 종소리'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극작가인 나연숙 선생과 고 김자림 선생이 여성들의 간증을 듣고 극본을 썼다. 피나는 연습이 이어졌다. 회원들마다 가정의 불화와 우환이 겹치며 도중하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보우하사 공연은 무사히 진행됐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공연기간 내내 초만원의 사례를 기록하고 1억5천만원이라는 수익금을 거둬들인 것. 연극에는 '초짜'였던 그녀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숨어있었기에 결과물은 더욱 값졌다.

이듬해 3월, 창간호로 6만부가 발행된 주부편지는 날개를 달고 전세계의 주부들에게 전파됐다. 주부편지는 미국, 러시아, 동남아, 유럽 등 한국의 주부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예화로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글소리', 환경문제를 주부가 앞장서서 해결하자며 만든 코너 '초록빛 소식', 주부작가들이 글솜씨를 뽐내는 '안에서 띄우는 편지', 아내에게 진솔한 편지를 띄우는 '밖에서 온 편지' 등 16페이지 가득 신앙고백과 함께 감동어린 사연이 쏟아진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부편지 발송작업을 도우며 자신들의 심신도 더불어 치유한다. 사진은 주부편지 자원봉사자들이 애찬을 나누며 친교를 나누는 모습.
 
현재는 재정란으로 3만5천부를 발행하고 있는 주부편지. 보다 많은 부수로 더 많은 가정들을 구원하기 위해 기독여성문인회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셋째주 목요일마다 주부들을 위한 중보기도와 함께 봉사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YMCA에서 주부편지를 발송할 때부터 봉사했으니 10년이 넘었네요. 여기서는 조금 봉사하고 있으면 맛있는 밥을 줘요.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데가 있구나 싶었지. 발송 장소가 여의치 않다며 걱정하길래 내가 다니는 그루터기교회를 소개해 줬지요." 지긋한 연세에 아직도 뽀얀 피부를 자랑하는 홍경숙 할머니(72세ㆍ그루터기교회 권사)는 주부편지의 최고령(확인) 자원봉사자. "나는 봉사자예요. 하늘나라 돌아가는 날까지 주부편지에서 봉사할거예요." 백발의 노인이 들려준 소명이었다.

*주부편지 2대 발행인 박강월권사 인터뷰

   
 
초대 발행인 정연희권사(좌)와 함께한 박강월권사.
 
"'책자를 발간하라'는 하나님의 생생한 음성을 들었어요. 그로부터 3년후 우연히 기독여성문인회에 입단하게 됐어요. 주부편지 발행 초창기부터 문인회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 오다가 작년 6월, 발행인으로 위촉됐죠."

1983년, 골방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는 수필가 박강월권사(늘푸른교회 출석). 어떻게 보면 그녀와 주부편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초대 발행인 정연희권사 다음으로 주부편지 2대 발행인이 된 박 권사.

"처음 주부편지를 만들었을 땐 홍보를 위해 회원들과 거리로 들고 나갔죠. 폭언도 듣고 모욕도 당하는 등 독자가 생기기 전까지 어려움이 참 많았어요. 그러다 차츰 하나 둘씩 주부편지를 읽는 독자들이 생겨났고, 대형교회에서 전도지로 사용하면서 주부편지도 안정을 찾게 됐죠." 하지만 예년에 비해 후원자는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

박 권사는 "40~50대였던 독자 및 자원봉사자들이 이제는 60~70대의 나이로 접어들었다"면서 "후원자가 줄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부편지는 1~2천원의 소액 후원자들이 대부분예요. 비록 지금은 주부편지가 힘든 시기지만 우리가 아닌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일이니 걱정없어요. 채워주실거라 믿으니까요." 환하게 웃는 그녀에게서 주부편지의 희망찬 내일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