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편집국의 가을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10월 19일(금) 00:00
늘 바쁜 일상이지만 총회가 끝나고 나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편집국은 더 분주해집니다. 성탄 특집호, 연말 결산호, 신년 특집호, 창간기념호 등 가장 중요하고 굵직한 연말연시 기획들이 한달 어간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성탄이 주는 의미, 또 한 해의 사건 사고를 결산하여 10대 뉴스를 포함, 선교 교육 봉사 분야의 뉴스를 정리하는 일, 새해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각계각층에게 들어본다든지, 새벽을 힘차게 열어가는 사람들을 집중 조명한다든지…더욱이 새해엔 언제나 창간기념일 혹은 기독공보 주일에 맞춰 대대적인 지면 개편이 이뤄지기에 이를 위한 기획 준비회의가 이 무렵 집중적으로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편집국장부터 막내 기자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지는지도 모르고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실제로 "편집국엔 가을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계절 변화에 대한 무감함을 이야기 하자니 소동파가 생각납니다. 송나라 제1의 시인으로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는 당시 정쟁에 희생돼 두 번의 유배생활을 겪었습니다. 유배지에서 사모하는 임금이 언제 다시 자신을 불러줄까 기다리며 해마다 봄이 가는 것을 서러워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영화 '발몽'을 리메이크한 우리나라 영화 '스캔들'에서도 소동파와 관련된 대사가 나옵니다. "해마다 소동파는 봄이 가는 것을 서러워했지만 저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한 번도 아쉬워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계절 나으리와 함께 하니 계절이 바뀌는 것이 너무 너무 서럽습니다." 영화 속 여 주인공이 뒤늦게 알게된 사랑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표현한 대목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일테면 2008년은 세계국제기구가 정한 무슨 해인지, ㅇㅇ 설립 혹은 탄생 몇 백 주년인지 등등 기초 자료조사를 하느라 몇 일씩 밤샘을 하고 새로운 기획과 특집, 연재에 대하여 몇 주씩 마라톤 회의를 통해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또 수정하고…이 모든 작업이 신문 제작과 병행되어 진행되기에 기자들은 거의 초죽음 상태입니다. 지면 개편 최종안이 확정되면 1박 2일 수련회를 가서 이에 대한 팀워크를 다지고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는 벌써 겨울이 완연해지는 것입니다.
 
개편은 고칠 개(改)자에 엮을 편(編)자를 써서 '책이나 과정 따위를 고쳐 다시 엮거나 조직을 고쳐 편성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편집국의 지면개편은 어찌보면 개혁(改革)에 가깝습니다. 개혁은 개편을 넘어 '새로운 틀을 짜는 것(Re-form)'입니다. 신문(新聞)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체성의 압박, 늘 새로운 것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자들은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개혁은 고칠 개(改)자에 가죽 혁(革)자를 씁니다. 개혁이라는 단어 속에는 옛날 짐승의 가죽을 벗겨내었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짐승의 가죽을 벗겨낸다는 것은 참혹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개혁은 그만큼 지난(至難)한 작업입니다. 성경 적으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제물을 준비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편집국 기자들은 가죽을 벗겨내는 심정으로 하나님 앞에 서서(Coram-Deo), 2008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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