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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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19일(수) 00:00

   
 
 
신 정(광양대광교회 목사)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할머니 집에 온 손녀가 못 본 사이 훌쩍 커버린 걸 보며 흐뭇해 하던 칠순의 할머니가 4살짜리 손녀와 대화를 나눈다. "아가, 이 사과 색깔이 뭔줄 아니?" "빨간색이요." "아~ 이게 빨간색이구나. 그럼 이 바나나도 빨간 색인가?" 손녀는 할머니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아니 할머니, 이건 노란색이잖아요."라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손녀가 색깔을 잘 맞추는 것이 대견스러워 또 물었다. "그럼 이 포도는 무슨 색이지?" 그러자 이번에는 손녀가 귀찮다는 듯이 짜증 섞인 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 계속 나한테만 물어보지 말고 할머니도 영재 유치원엘 좀 다니세요. 그럼 그게 무슨 색인지 알 수 있을거예요." 아이는 모른다, 할머니의 마음을. 그러나 더 자라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면 그 땐 할머니처럼 자기 손녀에게 할 것이다. 영재 유치원에선 과연 무엇을 배울까?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마음을 배울 리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지식으로만 배우는 배움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부대낌 속에서 닮아가는 배움이 그립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참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 간다는 것이다. 백은하 작가가 쓴 '꽃 도둑의 편지'라는 책에 보면 이런 고백이 있다. "걸음이 느린 내가 너처럼 시원 시원히 걷게 되고, 커피만 찾던 내가 토마토 주스를 찾고...," 자신의 변화를 죽 나열하다가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널 닮아가고 있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널 닮아가고 있어." 참 감동적인 표현 아닌가?  

서로 닮아 가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닮아 가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이렇게 부탁을 했다. "절 감동시키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제 앞에 와서 이렇게 말하세요. '목사님 저도 모르게 목사님을 닮아가고 있어요'라구요. 그럼 저는 아주 크게 감동을 받을 겁니다"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나의 간절함이 담긴 말이었다.  

생각해 보라. 교인들이 목사를 보고 '에구... 우리 목사님 왜 저래. 난 목사님처럼 하지 말아야지'라고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이겠는가? 교인들이 닮고 싶은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닮아가야 할 분은 이 땅에 겸손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 분은 오직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님은 자신을 닮아가기 원하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우리가 주님을 닮아 섬김과 희생과 나눔의 삶을 살아갈 때 사람들 앞에서 사도 바울처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주님을 본받은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 받는 자가 되라."  

닮고 싶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더 밝아지고 주위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 또한 더 좋은 일 아니겠는가?  

모세는 여호수아가 닮고 싶어 했던 지도자였으며, 엘리야는 엘리사가 그토록 닮고 싶었던 스승이었다. 디모데는 바울을 닮아 가길 원했고, 이 땅의 목사들은 주기철 목사님이나 손양원 목사님을 닮길 원한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닮아 가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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