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서로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면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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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12일(수) 00:00

채혜원 교회협 북한사회개발을 위한 에큐메니칼 컨소시엄 사무국장ㆍ목사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에 올바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교회를 향해 던지고 있는 도전들에 깨어있어야 한다. 물신숭배와 기복주의, 배타적 집단 이기주의와 권력지향과 파벌의 문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교회 역시 세속화를 향한 길로 치닫고 있고, 성장 중심의 개교회주의로 사회 속에서 신뢰를 상실하여 외면당하고 또한 선교지의 문화를 멸시하고 현지교회와의 협력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교파이식과 무분별한 교회개척, 화합과 일치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경쟁적 선교지 점유 등의 문제점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 이때에 과연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선교 공동체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된다.  

'일치와 연합'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우리는 장로교,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루터교, 오순절교회의 예배를 함께 참여하여 드림으로써,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성만찬에 대한 이해과 신학적 해석의 다름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그리스도의 화해의 가장 큰 상징인 성만찬을 통한 일치와 연합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1952년 독일 빌링엔에서 열렸던 선교와 전도대회에서는 소위 기독교 국가들에 의해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것에 대한 참회와 더불어, 진정 선교의 주체는 인간도 교회도 아닌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하는 신학적 관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란 바탕 위에서 생명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갖지 않을 때 엄청난 오류에 빠지고 되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게 된다. 크리스찬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고도, 사람을 노예로 팔고 사고 죽이는 것이 하등 신앙의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세계개혁교회연맹 제23차 총회가 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에서 열렸을 때 참가자들은 서구의 노예상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던 장소였던 엘미나성을 방문했다.  

푸른 대서양을 향해 쇠창살로 막힌 캄캄한 좁은 방들에 빼곡히 들어차있던 건장한 흑인 노예들은 한 달 두 달을 굶주림 속에 짐승 취급을 당하며, 노예로 팔려나가기도 전에 이미 반 이상이 죽고, 살아남은 자들은 건강을 보장한다는 징표와 함께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 방 위로는 노예상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던 예배실이 있었다. 그 참혹한 현장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예배를 드렸던 것이다.  

WARC 총회 참가자들로 그 곳을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는 노예상들의 후예와 또한 노예로 팔려갔던 사람들의 후예들이 함께 있었고, 1540년에서 1850년에 걸쳐 1천5백 만명 이상의 노예들이 당했던 끔찍했던 참상을 기억하며 "우리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입니까?"라고 절규했다.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몰아닥친 쓰나미에 가공할 만한 수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하나님, 그 때 당신은 어디에 계셨습니까?"라고 절규하는 쓰나미 피해지역 사람들을 향해, 그 지역이 주로 이슬람권이라는 점을 들어 그 지진 해일이 그리스도인들의 기도의 응답으로 이슬람권에 내려진 하나님의 저주인양 여겼던 기독교인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피해복구를 위한 지원품을 선교지역을 중심으로만 사용하려고 했던 선교사들도 있었다.  

예수님 시대에 이방인과 유대인 사이의 벽, 그 간극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그 담을 헐기 위하여 몸과 피를 내어 주신 그리스도의 치유와 화해를 생각한다면 무너뜨리지 못할 벽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타종교와의 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잘못된 종교적 아집은 선교지 곳곳에서 불화와 갈등, 종교분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오늘 교회를 향해 던지고 있는 도전들을 향하여 이방인과 유대교 사이의 벽을 넘어, 생명을 살리신 그리스도의 치유와 화해의 빛으로 다가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습니까?"라는 죄책으로 고통스러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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