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잊지못해" 숭실대 임팩트팀

[ 아름다운세상 ] [아름다운세상] 몽골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만남 "교육보다 사랑"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9월 04일(화) 00:00

   
매년 몽골 셀렝게 지역을 방문, 어린이 교육을 전개하고 있는 숭실대 임팩트 팀은 올해도 몽골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국어 등을 가르치며 사랑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지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의료선교사역을 펼쳤던 숭실대학교(총장:이효계) 임팩트 13기 팀은 선교의 주 목적인 어린이 사역을 전개하기 위해 29일 몽골 북부 셀렝게 아이막(도)로 이동했다.

이튿날인 30일부터 현지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ㆍ영어캠프와 다양한 어린이 사역 등을 시작했는데 접수 첫날, TV와 라디오로 어학캠프를 개최한다는 광고를 내보낸 덕분인지 정원 3백50명이 순식간에 차버렸다.

한 아이가 임팩트 팀을 보더니 반가운 듯 달려왔다. "1년을 기다렸어요. 잊지 않고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아이의 손에는 작년 임팩트 11기 팀원들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기도제목이 적힌 팀원들의 명함이 들려있었다. 작년에도 왔었다며 자랑하는 아이. 매년 여름, 딱 1주일간의 만남이지만 셀렝게 지역의 어린이들은 임팩트 팀과의 추억을 마음속 깊이 새겨놓고 있었다.

자신들을 만나러 꼭 돌아올 것을 믿고 임팩트 팀원들이 주고 간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며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아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자 왠지 모를 눈물 한 방울이 임팩트 팀 청년들의 가슴속을 타고 흘렀다. "우리의 사역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어요. 캠프기간 동안 몽골 어린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죠. 우리의 사랑이 또 다시 열매 맺히기를 기도하면서 말이죠."

어학캠프는 셀렝게에 위치한 제4학교(교장:엥크트르)에서 열렸다. 오전에는 한국어 오후에는 영어수업 시간을 갖고 모든 수업이 끝나면 풍선놀이 노래ㆍ워십배우기 등 어린이 사역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교를 목적으로 온 임팩트 팀원들에게 한가지 난관이 있었으니, 학교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몽골 공공법에 의거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포교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간접적으로 담긴 교재를 선택하기로 한 것. 한글은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로, 영어 수업은 맥스 루케이도의 'You are special(너는 특별하단다)'가 훌륭한 수업 교재로 채택됐다.

   
영어 한국어 캠프에 참가한 몽골 어린이들.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수업이 한창 진행되던 8월 1일 수요일 저녁. 이날은 임팩트 팀원들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스킷드라마, CCD, 태권도 무술, 동영상, 찬양 등 선교를 떠나기 전 매일 학교에 모여 연습했던 진가를 드디어 발휘할 차례. 공연 시간이 임박하며 초대된 손님들이 하나 둘씩 이날 공연장으로 쓰일 수흐바타르시 정보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임팩트 팀원들의 막바지 리허설도 끝이 났다. 모든 준비가 완료됐는데 공연 한 시간 전 조명을 체크하던 중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됐다. 조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가 희귀한 나라인 만큼 정전이 잦았던 몽골이지만 하필 이날 공연시작 바로 전, 조명과 음향시설 모두 다운됐다. 어느새 발 디딜틈 없이 공연장 4백50석이 꽉차고 임팩트 팀원들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자신의 '선생님'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미궁속에 빠진 그들을 건져준 건 조명도 손전등도 아닌 촛불이었다. 까만 무대에 촛불이 하나 둘 씩 켜지며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나갔다. 관객들은 그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아카펠라 음색. 잔잔한 노래가 온 무대를 감싸자 청각이 예민해진 관객들이 공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나 하나 계획했던 순서가 모두 끝이 나고 관객들은 멋진 공연을 선보인 임팩트 팀원들에게 박수와 환호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공연은 '쿵쿵' 신나는 음악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관객들과 임팩트 팀원들 모두의 입에선 동일한 한 마디가 쏟아졌다. '오늘 공연은 정말 최고였어.'

이날 공연은 복음의 메시지를 들은 관객들 중 2백50여명이 결신하며 놀라운 복음의 결실을 맺었다.

8월 3일 마지막 수업날. 아침부터 아이들의 눈가가 붉다. 매운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각반 담임을 맡았던 임팩트 팀원들의 콧잔등도 시큰하다. 팀원들은 예정대로 준비한 수업을 마치고 성경 말씀과 몽골어 영어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적힌 목걸이를 한명 한명에게 걸어줬다. 준비해간 학용품과 크레파스도 선물했다.

   
세족식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임팩트 13기 팀원들. /사진제공 숭실대학교
종교적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었지만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던 한 반은 밤새 몰래 준비한 세족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찬송 '나같은 죄인 살리신'의 멜로디가 흐르는 교실에서 팀원들은 아이들의 발을 생수로 정성스레 닦고 가슴으로 꼬옥 안아줬다. 영문을 모르던 아이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아이들도 눈물 콧물 범벅이 됐다. 지난 5일간 임팩트 팀원들이 뿌린 사랑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심겨진 순간이다.

임팩트 13기 팀장을 맡았던 양희범 군(언론홍보학과 3)은 몽골 선교 사역을 이렇게 회상했다. "영어를 잘 가르쳐야 겠다는 마음보다 터치를 통해 아이들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사랑의 씨를 뿌리자 아이들의 마음도 활짝 열리는 것을 느꼈죠. 그들이 미래의 몽골 땅을 책임질 훌륭한 사람들로 성장하길 바래요."

지도교수로 동행한 백지숙교수(영문학과)도 한마디 거들었다. "후에 팀원들이 고백하기를 아이들을 한번 더 안아주고 신경써주지 못한 게 미안하대요. 몽골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복음의 씨를 뿌리고 왔지만 우리 숭실대 학생들의 마음이 훨씬 더 큰 것 같아 대견해요."

이들이 척박한 몽골에 뿌리고 온 것은 값 없이 주신 예수님의 사랑, 그것이었다.

 

   
임팩트 13기 팀을 단장으로 이끈 숭실대 연요한 교목실장.
* 숭실대 임팩트 13기 팀 단장 연요한 교목실장 인터뷰

"임팩트 팀의 사역은 선발된 학생들을 선교사로서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선교사가 되기로 하나님 앞에 결단하고 서약하기 전 그 연습을 시작하는 셈이죠."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지난 2005년, 숭의여자대학 교목실장이던 연요한목사가 숭실대학교 교목실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이후 그는 임팩트 팀의 단장으로서 팀을 인솔하며 선교의 일꾼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 목사는 부임 당시 임팩트 팀의 첫인상에 대해 "보통 대학생과는 달랐다"며 "열성적인 기도와 함께 선교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걸 보며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연 목사는 "임팩트 팀 학생들에게 몽골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도 경험시켜 주고 싶다"며 "자신에게 부여하신 선교의 자리를 알 때 비로소 꿈의 자리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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