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日서 '위안부' 사죄 촉구한 역사모임 청소년들

[ 교계 ] "기도해 달라던 부탁 잊을 수 없어" 우에노공원, 이치가와루터센터 등 시위 전개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8월 29일(수) 00:00

"私だちは日本軍'慰安婦'問題にたいして日本政府謝罪と賠償を要求します。(우리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청소년 역사모임'은 지난 8월 13~16일 일본을 방문하고 도쿄 우에노공원에서 시위를 벌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적 사죄와 배상을 요청했다. /사진제공 역사모임
8월 15일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 앳되보이는 11명의 한국 청소년들이 쉴새없이 일본어로 구호를 외친다. 이날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윤미향)를 주축으로 독일, 호주, 대만, 필리핀 등 세계 10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세계연대집회가 열린 날. 역사를 왜곡하고 침묵하는 일본에게 염증을 느낀 한국 청소년들이 보다 못해 일어났다.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가 거듭 외쳐지고 아베총리와 일본정부, 일본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낭독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감금당했던 시절 고국을 그리며 자주 불렀다는 '아리랑' '고향의 봄' '오빠생각' 노래도 바이올린과 가야금으로 연주됐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은 평화의 친구다"라는 구호를 끝으로 장장 2시간 남짓 진행된 시위는 '야스쿠니 국영화 반대집회'가 열린 이치가와루터센터 실내에서도 저녁 무렵까지 울려 퍼졌다.

우에노 공원에서 산책하던 시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과 힐끔 바라보다가 이내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로 패가 갈렸다. 유인물을 받으러 오는 이들도 있었고,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시대를 지낸듯한 노인들은 한국 청소년들의 행동을 주의깊게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진행한 청소년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청소년 역사모임(이하 역사모임)' 회원들.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 김해성목사의 큰 딸 김민하 양(성남외고 1)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

"어머니(김현의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산자교회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다니셨어요. 때문에 명절때면 할머니 집으로 심방을 가시던 어머니를 따라 할머니와 친분을 나누게 됐고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알게 됐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기도해 달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군인들 소리가 귀에 들린다며 잠도 못 주무시고 밥도 거의 못 드셨는데…."

민하 양과 친분을 나누던 '위안부' 피해자 진경팽 할머니는 2006년 9월,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후 민하 양은 아버지 김해성목사와 일본 항의방문단 구성을 논의하기에 이르렀고, 작년 가족들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야스쿠니 반대 공동행동에 참가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자신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 10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모아 역사모임을 결성했다.

역사모임의 일본방문은 지난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간 진행됐다. 청소년들은 이 기간동안 야스쿠니신사를 돌아보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실제 현장을 목격했다. 또한 바른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설립된 고려박물관도 관람했다.

민하 양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그들에게 기도하고 소원을 빌며 왜곡된 역사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면서 "그나마 고려박물관이 진실된 역사를 알리고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위에 참가한 김진갑 군(용인정평중 3)은 "공원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우리의 시위를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며 "학교에서 어릴적부터 왜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게 중요한지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역사모임 청소년들은 시위를 벌였던 15일을 기념해 매달 15일 인터넷에서나 실제 만남을 통해 앞으로 전개할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싸이월드' 등의 웹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UN 결의안 채택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서명운동 후에는 미국 UN 본부를 직접 찾아가 서명안을 제출하며 결의안 채택과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일본방문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민하 양과 역시 역사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동생 민영 양(성남이매중 2)은 지난 2005년, "크레파스와 물감에 표기돼 있는 '살색'은 특정인종을 지칭하고 있어 인종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살구색'으로 바꾼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역사모임은 그 연장선상으로 시작된 것. 김해성목사는 "이번 일본 방문은 어른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기획부터 모든 준비를 아이들 스스로 해냈다"면서 "역사모임 청소년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훌륭한 일꾼들로 자라주길 바란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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