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목사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일재목사(3)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7년 08월 14일(화) 00:00
김일재목사/아천동교회

한 곳에서 20여 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동안 목회하고, 마을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다보니 목사인 내 자신이 그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교회하고 관계가 먼 마을 사람들은 목사라고 존경해주시고,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담도 하고, 어떤 때는 본 교회 성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칭찬도 해 몸 둘바를 모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감사하기도하고 고민되기도 했다.

이제 필자는 목사로서의 본분과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목사로서 건덕을 세우며, 마을에 유익을 줄 수 있을까. 또한 마을을 복음화하는 데 어떤 기초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광장동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내려 걸어 오는 데 공기는 상쾌하고, 자연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를 어찌할까 생각하던 중에 "새벽기도 인도를 마치고 청소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거리를 쓸고 휴지를 줍는 '청소하는 목사'가 되자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부터 할까' 깊이 생각하던 중에 매주 토요일 새벽에 마을길을 쓸기로 했다. 바퀴 하나 달린 인력거와 삽, 큰 빗자루와 큰 쓰레기 봉투를 준비하고는 청소를 시작했다.

2006년 8월 어느 날, 건축중이었던 교회 주변의 마을길은 흙으로 지저분했고, 동네 아이들이 버리는 과자 봉지로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토요일 새벽 마을길을 쓸고 휴지들을 줍고 하면서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에 접어들었다. 새 봄 어느 날 마을 노인회에서 동네 목사가 토요일 새벽마다 마을 청소를 하는데 "같이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함께 청소에 동참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열심히 협조하여 주셨지만 한두 달 지나면서 시들해 졌다.

이제는 목사가 마을 청소한다는 소문이 나서 동네 사람들이 필자를 볼 때마다 '좋은 일한다'고 칭찬하고, 교회 건축 중에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도와줌으로 매우 우호적인 관계에서 입당을 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축하 봉투를 들고 와서 입주를 축하해 주었고, 예전부터 살던 토박이 분들은 거의 찾아와 '동네 축제'처럼 입당 점심 식사를 함께 나눴다. 입당하고 나서 마을 전도를 나섰는데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보는 눈과 목사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했는지 감사할 뿐이었다.

'우리 마음속의 더럽고 추한 쓰레기들을 쓸고 주워야 할 텐데', '인간의 힘이나 노력으로 할 수 없고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하는데' 등 마을길을 쓸고 휴지를 주우며 많은 생각들을 했다.

또 생각했다. 이제 일 년에 두 번 정도 아치울 마을과 아차산 대청소를 하자는 것이다. 길을 쓸고, 쓰레기를 줍고, 마을 중앙에 굽이쳐 흐르는 하천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아차산 골짜기와 등산로를 거쳐 정상의 헬기장까지 청소하는 운동을 전개하자는 계획이다. 몇 년 전에 이런 청소를 했는데 대형 쓰레기차에 가득 쓰레기들을 주웠던 기억이 났다. 어려웠어도 성도들은 기뻐했고 즐거워했으며 보람을 가득 안고 집으로 갔던 기억이 생생했다.

필자가 시무하는 아천동교회는 참 좋은 교회이다. 당회원들을 비롯하여 온 성도들이 한 마음과 한 뜻으로 교회와 마을을 위하여 서로 돕는다. 지역사회에 유익을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기도하고, 주민의 소리를 들으며,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좋은 이웃으로 지낸다. 마을 청소는 교회의 일이고 본분이다. 이는 전도의 문을 여는 길잡이이고 교회에 유익을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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