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움을 통한 채움

[ 연재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8월 09일(목) 00:00
바야흐로 '바캉스(vacance)'의 계절입니다. 휴가를 지칭하는 프랑스어 바캉스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로 '빈 자리'나 '공허함'을 뜻하는 '바누스(vanus)'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하는 '버카티오(vacatio)'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러니까 바캉스는 평소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몸과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것들을 채워 재충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가를 뜻하는 영어의 '베케이션(vacation)' 역시 비어있음을 뜻하는 베이컨트(vacant)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떠나면 불편합니다. 홀가분하게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떠날 때 여행의 참 묘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기자들이 하나 둘, 순차적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신문사라는 곳이 좀처럼 여유라는 것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곳이기에 "휴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떠나는 후배들의 뒷 모습을 보며 "그래, 정말 수고했네. 푹 쉬고 오게나"하고 말은 하지만 "이 친구가 정말 휴가를 잘 보낼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곤 합니다.

휴가기간 본인의 출입처는 대부분 인계인수하지만 그래도 사안에 따라선 본인이 취재 해야할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출근 시간만 자유로운 근무를 하게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의 안쓰러움이란!
올해는 그들을 보내며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비움과 내려놓음을 통해서 채움을 경험하는 참 휴가의 시간, 그리고 방전이 아닌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지게 하소서!"

한자로 '쉴 휴(休)'는 사람 인(人) 변에 나무 목(木)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이 '휴(休)'를 생각하면 셸 실버스타인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납니다.

어려서 나무와 함께 자라던 소년, 세상에 눈을 뜨며 저 바다 건너 다른 세상을 동경합니다. 나무는 소년이 안쓰러워 자기 몸을 내어줍니다. 마침내 소년은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고, 다른 세상에 가지만 결국엔 빈손으로 초라한 모습의 노인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제는 기력이 쇠해 서 있기도 힘든 소년. 나무는 자기 몸이 잘려 이제는 밑둥 밖에 없지만 그 남은 밑둥에라도 앉아 쉬라며 자기를 다시 내어 줍니다. 그 헌신적인 나무 아래 와서 마침내 쉼을 얻는 소년….

"나는 기도할 때 나무가 된다 그늘되어 쉬게하는 나무가 된다 / 나는 기도할 때 냇물이 된다 길을 따라 흘러가는 냇물이 된다 / 나는 기도할 때 큰 산이 된다 내 놀던 옛 동산처럼 큰 산이 된다 / 나는 기도할 때 바다가 된다 깊은 속 끝이 없는 바다가 된다 / 나뭇잎 푸르고 마르지 않는 사과나무 열리고 시들지 않는" CCM 가수 홍순관 씨의 '나무'라는 노래 가사 전문(全文)입니다.

바캉스의 계절! 떠남 속에서 귀한 만남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도심을 벗어나 대 자연 앞에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속에서 홀연히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휴식 중에, 기도하며 여러분도 대 자연 속의 나무가 되고 냇물이 되고 산이 되고 바다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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