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악인(惡人)인가,죄인(罪人)인가?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7년 08월 01일(수) 00:00
   
김 태 범
증경총회장ㆍ삼덕교회 목사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죄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악인이다. 예수님과 그들 사이는 언제나 적대적이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리라"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라고 독설까지 퍼부으셨다.

성경을 읽다가 늦게서야 깨달은 것은 성경은 악인과 죄인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죄인을 불러 구원하러 오셨지 악인을 불러 구원하러 오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죄인을 사랑하신다고 했지 악인을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면 누가 악인이고 누가 죄인인가? 죄란 '목표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완전한 상태'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완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 우리가 완전하지 못하고 죄인들이다 보니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게 된다. 나도 가면을 쓸 때가 많다. 가면이란 '꾸며낸 인격'이요 내면과 모순되는 거짓된 '외면의 인격'이다. '거짓 자아'이다.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방편으로 가면을 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정도 가면을 써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면을 쓴 자기 모습이 곧 자기 자신(참 자아)이라고 생각해 버릴 때 생긴다. 한 예로 우리는 경건의 가면을 쓸 때가 있다. 그러다가 진짜 자신을 경건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파괴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악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와 손을 잡고 거짓자아와 짝이 된다. 악마는 이런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 이때부터 악마는 마음 놓고 그 사람 속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나중형편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하셨다.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고 하셨다.

악인과 죄인은 죄 자체에 따라 구분되지 않는다. 살인하면 '악인'이요 간음하면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악하다고 다 악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악한 사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악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죄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악인과 죄인이 구별된다. 인정하면 죄인이요 거부하면 악인으로 넘어간다.

악인은 고통을 받지 않는다.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죄인은 죄의식과 죄책감으로 고통을 당한다. 하나님의 축복 가운데 가장 큰 축복이 죄의식이요 죄책감이요 양심의 가책이다. 여기서 회개가 이루어지고 그들에게 천국이 가까이 왔고 구원과 치유가 이루어진다. 이런 죄인을 주님은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보라. 최고의 엘리트들이지만 조석으로 말을 바꾸고도 얼굴하나 붉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구국적인 결단을 했다고 변명한다. 대선 후보자들을 보라.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왔는가. 그들에게는 죄의식이나 죄책감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정치꾼들의 가치관이 교회 안에 깊이 침투해 왔다. 그러다보니 목사의 말도 믿지 못할 정치인들의 말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악인은 교도소 밖, 아니 성전에 많이 있고 죄인은 감옥 안에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악인은 종교의 탈을 쓰고 있는 경우가 제일 많다. 그렇다고 악인은 도덕적으로 패륜아가 아니다. 겉으로 보면 모범적인 시민이요 신앙인인 경우가 많다. 바리새인들은 결코 살인, 간음, 도적질한 사람이 아니다. 악인은 도덕적인 자아상을 지키려고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의 악을 쉽게 꼬집어 낼 수 없다. 그들은 위장의 천재요 은폐의 전문가들이다. 오히려 선하게 보인다. 만약 누군가가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면 여지없이 그 사람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예수님이 그들의 가면을 벗기셨다. 그러니 당시 종교인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악인들이 악을 퇴치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다. 나라와 교회를 바로 잡고 발전시키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성경은 이런 바리새인들을 향해 "끝내 뉘우쳐 믿지 아니하였도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죄인은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악인은 치료받을 수 없다. 그러니 죄인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보다 더 큰 복이 없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