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리며 보람찾는 우리는 '노동휴가 族'

[ 교계 ] 해비타트 예수원 가나안농군학교 등 노동현장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7년 07월 11일(수) 00:00

   
이웃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보람찬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은 매년 들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사진제공 한국해비타트
매년 휴가철이 되면 한국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떠나는 박보라 씨(27세ㆍ아주대학교 직원).

지난 2002년 대학교 재학시절 부터 6년째 건축현장에서 땀 흘리며 봉사하는 그녀는 휴가철 외에도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휴가를 내서 해비타트에서 마련한 '번개건축'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라 씨는 해비타트를 통해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했다.

"주변사람들도 이해 못해요. 자신만의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지만, 땀 흘려 누군가를 도와주고 나면 기억에도 오래남고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와요. 망치질하고 나무 자르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말끔히 날려 보내고요. 한번 참여해보시면 절대 후회 안하실거예요. 중독되는 이유가 있다니깐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 오히려 땀을 흘리며 노동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몸만 '웰빙(well-being)'이 아닌 육체적 노동을 통해 정신적 '웰빙'을 누리겠다는 사람들. 의미있는 육체적 노동은 체내에 쌓여있는 스트레스 지수를 완화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지난 199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의대생들을 봉사활동에 참여시킨 후 체내 면역기능을 측정한 결과 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붙여진 용어가 '마더 테레사 효과'. '슈바이처 효과'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심리효과는 남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봉사하는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여의도 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교수(높은뜻숭의교회 안수집사)는 "육체적 노동 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은 마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기 때문에 봉사 환경이 열악하거나 상당히 힘들고 피곤할지라도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면서 "고통이 없는 섬김은 섬김이 아니라는 말처럼 육체적 고통이 있을 때 더욱 섬김을 느끼게 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노동을 통해 보람과 더불어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한국해비타트(이사장:정근모)는 매년 7월말이면 '한국번개건축(Korea Blitz Build, KBB)'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가장 무더울 때 단기간 내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 집중적으로 집을 짓는 KBB에는 평균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벌써 8백여 명이 신청한 상태.

   
예수원의 노동학교에서 땀흘리는 노동의 소중함을 배우는 한 참가자. /사진제공 예수원
올해 천안, 대구, 양주 등 전국에 위치한 지회별로 기공식을 가진 해비타트는 올해 국내 7개 지회에서 56가구 해외 70가구 등 총 1백56가구를 건축할 예정이다. 건축 전문가들이 집터를 파고 콘크리트로 바닥 작업 및 골조를 세우고 나면 목조 벽체를 만드는 작업부터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된다.

해비타트는 오는 23~28일 '자전거로 짓는 사랑의 집'을 개최해 자전거로 전국지회를 순회하며 해비타트를 홍보할 예정이다. 또한 8월 13일~15일 군산시 개정면에 위치한 군산지회에서 유럽이민 2세 청년들을 초청해 한국대학생 조국체험행사를 갖는다. 여성들을 위한 특별 건축 프로그램 '여성의 집짓기'는 군산지회에서 21일 하루동안 진행될 예정이며 여성자원봉사자만이 신청할 수 있다.

해비타트 건축봉사 프로그램에는 구슬땀과 보람만 있는 게 아니다. 못을 박고 나무를 재단하며 생면부지였던 자원봉사자들은 하나가 되고, 대화가 단절됐던 부녀 모자지간도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해비타트 김기선 홍보실장은 "휴가기간 동안 값진 땀을 흘리며 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건축 봉사는 직장인이나 가족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찬 휴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원도 태백의 청정한 자연 속에 위치해 있는 예수원에서는 오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노동휴가 족'을 위해 제2기 노동학교를 개최한다. 북한 개방의 때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노동학교는 육체노동훈련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북한선교에 대한 실제적인 훈련을 체험하게 된다. 훈련의 포인트는 북한선교에서 발생하게 될 노동 훈련과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

삼수령 목장에서 진행되는 노동학교의 노동은 오전과 오후에 진행되며 청소, 주방일, 농장 및 원예지원, 목장관리 등의 공동작업으로 행해진다.

또한 참석자들은 잘 지어진 건물이 아닌 스티로폼 위에 군용 매트리스를 깔고 8인용 텐트로 만들어진 임시캠프에서 생활하며 광야의 생활을 체험하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과 녹록치 않은 육체적 노동을 통해 마음의 가난을 배우고, 하루 3번의 예배와 오후 침묵으로 하나님과 더 가까이 교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한편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기치아래서, 창립 이래 66만 명의 수료자를 배출한 가나안농군학교의 교육장은 여름 휴가철에도 변함없이 활기차다. 경기도 하남 제1농군학교와 강원도 원주의 제2농군학교 모두 7월 교육과정 신청자가 만원인 상태이기 때문.

2박3일, 4박5일 코스에서 직장인들은 '의식개혁과정'을 수료해야 하는데 노동 등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들 간의 문제를 해소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와 타인의 이해' '관계회복과 지속성' 등의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는 것부터 7만여 평의 유기농장에서 브로콜리 등의 채소를 수확하는 농장실습, 극기훈련과 함께 진행되는 등산까지 협력을 다지는 교육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이밖에도 청소년, 가족들을 대상으로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청소년들의 경우 식탁예절과 남을 배려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가나안농군학교 기획실 신승모주임은 "농군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평소 우리가 잊고 지내는 기본적인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며 "반찬을 남기고 인사성이 없던 아이들, 서로 다른 견해차이로 동료 간의 어려움을 겪었던 직장인들의 문제가 교육을 통해 해소된다"고 말했다.
 

△한국해비타트
장소 및 건축예정 세대: 경기북부지회(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연곡리) 8세대, 천안ㆍ아산지회(천안시 목천읍 교촌리 희망의 마을) 12세대, 대구ㆍ경북지회(경북 칠곡군 ) 8세대, 군산지회(군산시 개정면) 8세대, 춘천지회(춘천시 신북읍) 8세대, 태백지회(태백시 동점동) 8세대
'사랑의집고치기' 일정: 매주 토요일(서울지회 02-564-3783~4)
문의: 02)2267-3702, www.habitat.or.kr

△예수원 '북한 개방의 때를 준비하는 제2기 노동학교'
장소: 강원도 태백시 예수원 삼수령 목장
교육일정: 1차 7월30일(월)~8월3일(금) 청소년, 2차 8월6일(월)~8월10일(금) 일반인1, 3차 8월13일(월)~8월17일(금) 일반인2
문의 : 033)553-3395, 1405, www.jabbey.org

△가나안농군학교
장소: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제1가나안농군학교,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제2가나안농군학교
교육일정: 7, 8월 매주 월ㆍ수요일 개최
문의: 제1가나안농군학교 031-793-6151~4, www.kor-canaan.or.kr/ 제2가나안농군학교 033-762-5090, canaan.wc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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