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사회의 속도경쟁과 교회

[ 논단 ]

차유진 기자 echa@kidokongbo.com
2007년 06월 15일(금) 00:00
김기태
총회 커뮤니케이션委 전문위원ㆍ호남대 신방과 교수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이다. 무슨 일이든 빠르게 처리할수록 유리하다는 시간 단축 경쟁이 치열하다. 조금 더 생각하고 깊이 고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질책이 쏟아지는 속도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온통 이런 시간과 속도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속도지상주의는 흔히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부른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이런 현대인의 조급증은 결국 다양한 실수와 허점을 낳고 이는 다시 치명적인 실패를 부른다.

물론 방송에서 시간은 돈이다. 매사를 조금 더 빨리 처리할수록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게 방송이다. 이런 방송에서의 '시간과의 전쟁'은 방송가를 온통 과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생산성 제고, 효율성 향상이란 이름으로 방송은 끊임없이 소요시간을 줄이도록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래된 관행처럼 방송가를 지배하고 있는 시간이 돈이라는 신화를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방송의 속도지상주의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빨리 빨리'주의와 닮아있다. 외국인이 한국 땅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방송은 과속을 정당화하고 있다. 화면의 전환도 빠르고, 방송 제작 기간도 짧고,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재빠르게 알아내려 한다. 무엇이든 기다리는 법이 없다. 기다리는 순간 경쟁자가 앞으로 달려나갈 것이란 부담에 가득 차 있다. 방송가의 이런 과속 현상은 도무지 여유라는 것을 찾을 수가 없게 만든다. 여유를 곧 게으름으로 연결시키고 심사숙고하는 태도는 결단이 부족한 그래서 무엇인가 방송에는 맞지않는 인간형으로 몰아세우는게 방송의 일반적 관행이다.

제작과정 뿐 아니라 방송에서의 과속현상은 이미 TV 화면구성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능하면 잦은 화면 전환과 빠른 내용 전개가 장르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요구되는 하나의 원칙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에서의 느긋함이나 여유는 단지 저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가 당하는 어이없는 핀잔같은 횡포에 시달리곤 한다. 강요에 가까운 이런 속도제일주의는 자연스럽게 방송을 필요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도록 만드는 과속 경쟁으로 몰아 넣는다.

그런데 과속으로 패가망신하는 것은 자동차 운전만이 아니다. 방송도 지나친 속도는 사고를 부른다. 실수도 실패도 모두 지나치게 서두를 때 당한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유를 가질수록 방송 사고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방송의 과속 주행이 낳는 문제는 방송사고를 일으키는 제작과정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대표적 병리현상 중 하나가 바로 매사를 지나치게 빨리빨리 처리하려는 조급증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를 벗어나는 신속처리 요구는 결국 사고를 부르게 마련이다. 이는 인간의 생각이나 행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할 줄 아는 '숙고형 인간'보다는 매사를 신속하게만 처리하려는 저돌적인 '행동형 인간'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이런 속도지상주의의 폐해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오늘날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진정한 뜻을 구하고 그 응답으로부터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매사 진지하게 간구하고 끈기있게 기다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할 터인데도 오늘날 많은 교회는 너무 급하다. 영적인 부흥이 일어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큰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교인수 증가에 필요한 시간도, 근사한 교회 건축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되기만을 소원한다. 목표로 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에 대해 고민하고 차분히 준비하기 보다는 당장 달콤한 열매 만을 기다린다. 과속이 낳는 사고의 위험에 오늘날 교회도 예외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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