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국정원의 콧노래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6월 01일(금) 00:00
수 년 전 극장가에서 '달마야 놀자'제하의 영화가 상영돼 4백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업소의 주도권을 놓고 다른 조직과 세력다툼을 벌이던 조폭 일당이 사찰을 도피처로 선택, 그 안에서 승려들과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입니다. 사찰 생활의 무료함과 도피생활의 초조함을 달래기 위한 조폭 일당의 일과는 사사건건 승려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고 이들을 내쫓고 평화를 찾기 위한 승려들의 대책은 기상천외한 대결로 이어집니다. 종교를 떠나 많은 대중이 이 영화를 관람했고 간접적으로나마 사찰 생활을 엿보게 됐으며 이로 인해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갖는 이들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분석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최근 국가정보원(국정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국정원이 콧노래를 부른다는 기사를 한 포털 사이트에서 보았습니다. 심지어 국정원은 첫 방송되기 닷새 전에 뉴스레터 회원들에게 국정원 소재 드라마 '에어 시티'가 방송된다는 다소 국정원답지 않은(?)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국정원답지 않다'는 것은 일반 기업체나 기관이 자신을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지난 세월 동안 국정원은 홍보는 커녕 마치 러시아의 '크렘린'처럼 폐쇄적이란 느낌을 대부분 국민들이 가지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제껏 국정원이 이렇게 안방극장을 홍보한 적도 없고, 홍보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드라마가 국정원을 소재로 했기 때문일까요? 드라마 주인공들을 명예요원으로 위촉했으며 위촉식 자리엔 국정원장이 직접 참석, 격려했다고 합니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전기획부(안기부)는 과거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미국의 경우 FBI(연방수사국)나 CIA(중앙정보국) 등 기관들은 아예 전담부서를 마련해 영화나 드라마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주요한 사건 수사나 기밀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가지고 있는 경직된 선입견을 없애고 부드러운 '이미지 업'을 하는 대국민 홍보로서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인 것같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달마야 놀자'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불교계가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제작 지원에 나섰다고 합니다. '에어 시티' 역시 기획단계부터 국정원이 관심을 가졌으며 작가들에게 국정원 내부 사정을 상당부분 '오픈'하여 자문했다고 합니다. 불교계나 국정원 모두가 대국민 홍보의 도구로 영화나 드라마를 도구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교회 내에 문화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기독교 문화가 미미할 뿐 아니라 여타 사회영역에 비해 규모와 전문성에서도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여 지난 제91회 총회는 교단 내에서 진행되는 문화선교 사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 교단의 문화선교적 역량 결집을 목적으로 문화재단 설립 청원을 허락했습니다. 이 문화재단이 속히 설립돼 우리에게도 국정원처럼 콧노래를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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