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5월과 여성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7년 05월 23일(수) 00:00
   
홍순자
신촌교회 장로ㆍ한국교회여성연합회 전 회장

5월을 보내면서 주일마다 풍성했던 즐거움과 은혜를 되돌아 본다. 예배 뒤에 이어진 어린이주간, 어버이주간의 풍성한 잔치로 여전도회원들은 무척 분주했다. 아마도 5월은 1년 중에 가장 여성적인 그리고 어머니의 이미지가 강한 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 봄 움트기 시작한 새로운 생명이 5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인간에 비유하자면 아기가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익혀 각종 재롱을 떠는 시기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때문에 5월의 풍성한 은혜는 바로 여성, 그 중에서도 어머니가 발휘할 수 있는 고유의 사랑과 힘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명력이 넘치는 어머니의 사랑과 힘이 오랫동안 가정과 남성우위의 관습 속에 갇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가운데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며 잘못된 관습이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TV에서는 여성 앵커가 맹활약을 하고 있고 12월 대선을 향해 뛰는 여성 주자도 눈에 띈다. 교회 잔치나 식사의 설겆이가 남선교회원들의 차지가 된 것도 그러한 변화 중의 하나이다.

여성 근로 인구의 급증으로 여성 스스로가 가사노동과 직업 활동을 엄격하게 구별하게 된 것도 변화가 촉진되고 있는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여성 인력의 활용은 남녀평등의 차원이 아니라 이제는 한 사회, 한 경제공동체가 직면한 생존의 방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 파워의 확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따로 임신, 출산, 육아라는 3단계 천부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 인력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이 사명에 대한 배려에는 극히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구한 직장을 결혼이나 출산 때문에 그만두어야 하는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여성의 사회진출과 인력 활용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국가시험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남성에게 가산 점을 주면서도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구태 의연한 관습과 관행은 비단 일반 사회뿐만이 아니다. 여성 안수가 허락되고 법제화 된지도 10년이 넘은 교회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여장로 3백여 명, 여목사 6백50여 명이 배출됨으로서 '여목사','여 장로'라는 존칭이 정착된 자체만으로도 한국교회의 민주화와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앞에서 여장로 1세 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권사로서 헌신한 분들이어서 짧은 시무 기간을 거쳐 대부분 은퇴했다. 때문에 시무 여장로는 총수의 절반 정도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본교단 교세에 비추어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여장로 비중이 높지 않은 것과 여성인력의 활용 문제는 별개이다. 그러나 여장로 비중이 극히 낮은 것은 적어도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3F'(Feeling;감성,Feminity;여성성, Fiction;상상력)의 역동적인 추세에 교회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속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수직적 위계구조와 남성 중심의 여러 제도적 벽을 허물어야 한다. 교회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에 여성이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춤으로서 보다 역동적으로 전도의 폭을 넓혀가는 길이 될 것이다.

현실과 시대적 요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장로의 수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의 일단은 여성 자신들에게도 있다고 본다. 교회 구성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평등과 참여라는 스스로의 권리에 눈을 감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여성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면서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잘못된 관행을 탓하거나 남성 지도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소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그 배경에는 여성 지도력에 대한 불신감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여장로의 수도 증가 할 것이다.

우리 선배들이 그때 그때의 모순과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던졌던 것처럼 여성 지도자를 앞세워 교회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이 시대에 하나님이 주신 뜻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즐거움과 은혜의 5월을 보내면서 여성 자신들이 분발을 다짐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